돌나물 춥겠다

 


  돌나물은 이른봄부터 씩씩하게 돋아 십일월 언저리까지 우리 밥상을 푸르게 가꾸어 주었다. 십일월 둘째 주를 넘어갈 무렵부터 더는 줄기가 뻗지 못해, 이듬해 봄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그런데, 줄기가 더 뻗지 못하면서 늦가을에 새삼스레 꽃망울 다시 터뜨리려고 한다. 얘들아, 춥겠구나. 너희는 다른 풀보다 추위를 많이 탈 텐데, 이른봄과 늦여름에 꽃을 한 차례씩 피우면 되지, 늦가을까지 한 해에 꽃을 세 차례 피우려고? 이제는 그만 푹 쉬렴. 네 푸른 잎사귀에 하얀 이불이 덮이는구나. 추울 텐데 어서 아침이 오기를 바라면서 느긋하게 흙 품에 안기렴. 올 한 해 고마웠어. 이듬해에 우리 다시 즐겁게 만나자. 4346.11.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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