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33. 2013.8.30.

 


  여러 달 떨어져 지낸 어머니와 만나기 하루 앞서, 아주 단출하게 아침밥을 차린다. 퍽 단출하게 차린 밥이라 큰접시에 밥을 푸고 무와 오이를 썬 다음 달걀 한 알 올린다. 작은아이가 냉큼 달걀부터 집어서 먹으려 하기에, “보라야, 아직 다 안 차렸으니 조금 기다리렴.” 하고 말한다. 미역국을 옆에 놓고, 돈나물 뜯어서 헹군 뒤 밥접시 한쪽에 올린다. “자, 이제 먹자.” 이제 밥술을 들려는데, 미국에서 석 달 공부 마치고 일산 할머니 댁으로 돌아온 옆지기가 전화를 건다. 아이들은 밥을 먹다 말고 전화를 받는다. 그래, 너희한테는 어머니 목소리가 밥이 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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