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내 눈에 보이는 빛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내 눈에 보이는 빛이 무엇인가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먼저, 하늘빛이 있다. 흙빛과 풀빛이 있다. 아이들 눈빛이 있다. 밥을 갓 지을 적마다 밥빛이 고소하면서 맑다. 국을 새로 끓일 적마다 국빛이 구수하면서 그윽하다. 자전거를 타고 들길을 달리며 들빛과 구름빛을 본다. 봄부터 풀개구리빛을 보고, 여름부터 풀벌레빛을 본다. 시골에서는 시골빛을 보는데, 시골 들풀은 들꽃빛을 베푼다. 나무한테서는 나무빛을, 숲에서는 숲빛을, 멧골에서는 멧빛을 누린다.


  다른 시골이나 도시로 마실을 나가더라도, 으레 풀빛을 만난다. 길바닥에서 돋는 조그마한 풀잎과 풀줄기를 들여다본다. 작은 들풀을 쓰다듬으려고 걸음을 멈춘다. 작은 들풀 잎사귀를 어루만지고 싶어 쪼그려앉는다. 이윽고 작은 들풀을 사진으로 담으면 즐겁겠네 하고 느끼며 사진기 단추를 찰칵 누른다.


  내 눈에 보이는 이 빛이란 무엇일까. 아무래도 내 삶을 이루는 빛이리라. 내 눈으로 들어와 스며드는 이 빛이란 무엇인가. 아무래도 내 넋과 사랑을 이루는 빛이겠지.


  모든 이웃은 빛이다. 나 또한 내 이웃한테 고운 이웃이 될 테니, 나 스스로 언제나 환하게 밝은 빛이 된다.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빛이요, 다 함께 아름다운 빛이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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