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한 줄, 아름답게 읽는 책

 


  이오덕 님이 2003년 8월에 흙으로 돌아가신 뒤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삼인,2005)라는 책 하나 나왔습니다. 이 나라 아이와 어른 모두를 생각하면서 꾹꾹 눌러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첫머리인 12쪽을 보면, “나는 지금 생각한다. 내가 배운 학교 공부, 내가 읽은 책들, 도시와 문명이란 것, 그것이 얼마나 나를 해쳤는가! 내가 만약 보통학교에도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땅 파고 짐 지면서 일을 몸에 붙이고 자랐더라면 나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찌감치 삶의 진리를 얻어 가졌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오덕 님은 아이도 어른도 “삶의 진리”를 찾아야 한다고, ‘거짓교육’ 아닌 ‘참교육’을 해야 하고, 아이와 어른 모두 ‘거짓삶’ 아닌 ‘참삶’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환하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햇살이 마을마다 곱게 드리울 무렵 우리 마을 포근히 감싸는 멧자락에 깃들며 살아가는 새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 마을 둘레 풀숲에서 깃을 부비는 작은 새들도 이무렵 일어나서 노래를 합니다. 작은 새도 큰 새도 저마다 아침노래를 부릅니다.


  새들도 먹이를 찾고, 새들도 똥을 눕니다. 새와 마찬가지로, 벌레도 먹이를 찾고, 벌레도 똥을 누어요. 짐승들도 그렇지요. 지렁이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습니다. 지구별에 깃든 모든 목숨들은 ‘밥을 먹고 똥을 눕’니다. 그런데, 사람을 뺀 모든 목숨들은 밥을 먹거나 똥을 누며 지구별을 더럽히지 않아요. 새똥도 벌레똥도 지렁이똥도 물고기똥도 모두 지구별을 촉촉하게 적시며 살찌웁니다. 새도 벌레도 지렁이도 물고기도 모두 지구별에 쓰레기를 내놓지 않습니다. 오직 오늘날 물질문명 사람들만 쓰레기를 내놓고, 지구별을 더럽히며 갖가지 전쟁무기를 만들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윽박지릅니다.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는 서로 먹고 먹히지만, 무기를 들며 싸우는 일이 없습니다. 무기를 만드는 목숨은 오직 사람입니다. 게다가,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여느 시골사람은 무기를 안 만들어요. 낫과 쟁이와 가래가 있을 뿐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서울에 사는 임금님과 신하만 무기를 만들어 군대를 거느려요. 먼먼 옛날부터 고을마다 사대부와 권력자와 부자만 돈으로 사람을 사서 무기를 갖추고 지킴이(군인 노릇 하는)를 두어요.


  살아가는 빛, “삶의 진리”란 무엇일까요. 무기를 갖추어 재산과 이름과 권력을 지키는 일이 “살아가는 빛”이 될까요. 대학교나 아파트나 은행계좌가 “살아가는 빛”이 될 만할까요.


  아라키 노부요시 님이 쓴 《천재 아라키의 애愛정情 사진》(포토넷,2013)이라는 책을 읽다가 27쪽에서 “찍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찍는 사람도 대상이 어느 때보다 행복해 하는 모습,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찾고 또 찾아요. 신기한 건 결국 그런 장면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에요.”와 같은 글월을 봅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찍고 싶다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찾는 사진가는 끝내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기 마련이고 이녁 사진으로 담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찍히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일군다고 합니다.


  흙을 기름지게 가꾸겠노라 생각하면서 흙을 기름지게 가꿉니다. 아이들과 살가이 얼크러지면서 삶을 즐겁게 짓겠노라 생각하면서 참말 아이들과 살가이 지내고 삶을 즐겁게 짓습니다.


  책을 아름답게 읽고 싶기에 스스로 아름답다 싶은 책을 알아봅니다. 책을 사랑스럽게 읽고 싶기에 스스로 사랑스럽다 싶은 책을 살핍니다. 말을 곱게 하고 싶은 사람은 늘 고운 말을 생각하고 찾고 살피면서 이녁 말씨를 곱게 가다듬습니다. 밥을 구수하게 지어 기쁘게 나누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은 늘 밥차림과 밥짓기를 구수하게 추슬러 기쁘게 나눕니다.


  참삶이란 참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참배움(참교육)입니다. 참배움은 참빛입니다. 참빛은 참사람입니다. 참답고 착하며 고운 빛은 스스로 마음과 생각을 참답고 착하며 곱게 다스릴 때에 이룹니다.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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