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 원 편지쓰기

 


  옆지기가 올해에 석 달 남짓 미국에서 람타학교 공부를 했다. 이동안 미국에서 여러 사람들 도움을 받았다. 잠잘 곳을 얻고 이야기를 나누며 숲과 들을 누릴 수 있어다. 미국에 있는 배움벗들은 우리 아이들 모습을 무척 궁금해 한단다. 사진을 보여 달라 하는데, 미국에 갈 적에 아이들 사진 한 장 안 가져갔으니 보여줄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낱장으로 된 사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아가며 누린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 엮은 작은 책을 보내기로 한다.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어 만든 엽서를 곁들인다. 이러구러 여섯 집에 편지를 부친다. 도화면 조그마한 우체국으로 가서 이엠에스로 부친다. 책꾸러미 여섯 통에 19만 원이 든다. 한 통에 만 원은 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한 통에 삼만 원이 훌쩍 넘는다. 우체국 일꾼은 나더러 ‘배보다 배꼽이 크겠는데요잉.’ 하고 말씀한다. 그런가,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생각해 본다. 책꾸러미 여섯 통에 우표값 19만 원이라면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배꼽이 크지는 않다. 그렇다고 배가 크지도 않다. 옆지기는 미국에서 석 달 남짓 머물며 아름다운 이웃을 만났고, 아름다운 이웃들과 즐거운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여섯 집에 보내는 책꾸러미 우표값으로 쓰는 19만 원은 비싸지 않다. 마침 우리 집 두 아이 ‘가정보육비’ 몫으로 십만 원씩 통장에 들어왔기에 20만 원을 찾아서 우표값을 치른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어머니를 미국에도 보내 주고, 고운 선물도 보내 주는 셈인가. 좋다. 4346.10.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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