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이야기와 사진

 


  이야기를 담기에 사진이 된다고 느낀다. 보기에 아무리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없다면,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면, 이러한 작품은 그저 작품일 뿐 사진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느낀다. 어떤 사진을 놓고 문화나 예술이나 기록이나 상품이라고 가리키는 일이 있다. 이때에도 똑같이 느낀다. 이야기를 담지 않고서 문화나 예술이나 기록이나 상품이 된다면, 이들은 문화요 예술이요 기록이요 상품이지, 사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걸맞지 않다고 느낀다.


  사진이 사진이 되는 까닭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글이 글이 되는 까닭은 글씨를 썼기 때문이 아니라, 글씨로 옮긴 글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그림이 되는 까닭 또한 붓질이 훌륭하기에 그림이라 하지 않는다. 서툴거나 엉성한 붓질이라 하더라도 그림으로 그리며 이야기를 담으면 참말 그림이라 한다. 이야기를 담지 않고 그리면 그림이라 가리키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가 사진이라서 사진이 되지 않는다. 사진기를 써서 찍는다고 다 사진이 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사진인데,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자 빛이요 무늬이다. 잘 살거나 못 살거나는 대수롭지 않다. 웃거나 울거나 또한 대수롭지 않다. 스스로 이야기를 누리고 스스로 이야기를 지으며 스스로 이야기를 즐길 때에 비로소 삶이다. 그러니까, 이야기 있는 사진이란 삶이 묻어나는 사진이요 삶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삶을 찍는 사진이란 이야기를 찍는 사진이고, 삶을 밝히는 사진이란 이야기를 밝히는 사진이다. 나는 시골에서 네 식구 복닥이는 삶을 즐기면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누린다. 우산 하나로도 까르르 웃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라. 이야기가 절로 넘친다. 4346.10.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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