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사진에 담는 빛

 


  빛이 있어 사진을 찍는다. 빛이 없으면 사진을 못 찍는다. 낮에는 낮이라는 빛이 있고, 밤에는 밤이라는 빛이 있다. 밤에 사진을 못 찍지 않는다. 밤에는 ‘밤 사진’을 찍을 뿐이다. 그러나, 낮이나 밤이 아닌, 빛이 없는 곳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한다. 왜냐하면, 빛이 없는 곳에는 이야기가 없고 삶이 없으며 사랑이 없으니까.


  사진을 찍는 까닭은, 내가 누군가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한테 들려줄 이야기란, 내가 스스로 일구면서 가꾸고 짓는 삶이다. 내가 날마다 새롭게 일구면서 가꾸고 짓는 삶은 사랑을 담고 꿈을 실어서 보듬는다. 내 손으로 내놓는 사진이란 이제껏 내가 걸어온 길이요, 오늘 즐거이 걷는 길이며,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갈 길이다.


  마당에서 서로 깔깔거리며 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나한테 어떤 숨결이면서 삶벗인가 하고 헤아린다. 나는 이 아이들을 어버이로서 사진으로 찍는달 수 있고, 고운 삶벗이로구나 싶어 어여쁜 이야기 자꾸자꾸 샘솟아 사진으로 옮긴달 수 있다. 어느 쪽이 되든 아이들 바라보며 찍는 사진은 내가 바라보는 삶이요, 내가 일구는 이야기이고, 내가 빚어서 선보이는 빛이다.


  사진에 담는 빛은 스스로 살아가며 가꾸는 빛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빛은 이웃하고 사이좋게 나누고 싶어 돌보는 빛이다. 사진을 이루는 빛은 스스로 새 하루 새롭고 새삼스럽게 누리려는 기쁜 사랑이 감도는 빛이다.


  사진은 사진빛을 찍는다. 그림은 그림빛을 그린다. 글은 글빛을 쓴다. 노래는 노래빛을 부른다. 춤은 춤빛을 춘다. 밥짓는 사람은 밥빛을 지어 나누고, 빨래하는 사람은 빨래빛을 복복 비비고 헹구어 정갈하게 마당에 넌다. 그러니까, 삶빛이 사진빛이 되고, 삶빛이 그림빛이 되며, 삶빛이 글빛이 된다. 4346.10.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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