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책시렁에서 내 책

 


  헌책방 책시렁에서 내 책을 만난다. 너, 누구한테서 읽히고 이리로 왔니? 너를 읽은 사람은 즐거운 마음이었니? 기쁘게 다 읽고 나서 너를 이곳에 곱게 데려다주었니? 앞으로 누가 너를 다시 즐거이 알아보면서 차근차근 읽을까. 내가 헌책방에서 만나는 책들은 누군가 즐겁게 장만해서 읽은 책이듯, 너 또한 누군가한테서 곱게 사랑을 받고서 이곳에 깃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 사랑스러운 손길을 탄 책들이 새롭게 사랑스러운 손길을 타기를 기다리는 헌책방 책시렁에서, 너 또한 고운 책빛을 흩뿌리면서 다소곳하게 잠들었구나. 머잖아 네 어깨를 톡 치면서 빙그레 웃을 책손 만나리라. 그날까지 고즈넉하게 단꿈을 누리렴. 4346.10.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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