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나비 책읽기

 


  노랑나비 사진을 한 장 찍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노랑나비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막상 노랑나비 사진은 한 장도 못 찍었는데, 이제 드디어 찍는다. 하양나비도 노랑나비도 참 바지런히 날갯짓을 하며 다닌다. 다른 나비는 꽃송이에 살그마니 내려앉아 차분히 꿀이나 꽃가루 빨아먹는데, 왜 노랑나비는 이다지도 날갯짓만 많이 하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랑나비와 하양나비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무섭다고 여겨 퍽 멀리 떨어진 데에서도 알아차리고는 내빼려고 날갯짓을 할 테지. 사람들은 노랑나비와 하양나비가 애벌레일 적에 푸성귀 잎사귀를 짓궂게 갉아먹는다고 몹시 싫어하잖은가. 이 기운을 나비가 된 뒤에도 몸으로 느껴 사람 앞에서 사진 찍히기를 꺼리는 셈 아닌가 하고 느낀다.


  노랑나비한테 말을 건다. 얘야, 우리 집 풀밭은 너희가 홀가분하게 자라는 터전이잖아. 우리 집 풀밭에서 어느 풀이든 너희 마음껏 갉아먹으며 애벌레로 자랐잖니. 우리 집 풀밭에서 흐드러지는 온갖 들꽃에 너희가 사뿐사뿐 내려앉아 꿀이랑 꽃가루 배불리 먹을 수 있잖니. 그래도 사진으로 찍히기 싫니?


  그래, 너희가 바라지 않는다면 찍히지 않아도 돼. 나는 너희들을 날마다 마주하고 언제나 지켜보니까. 내 눈과 마음에 너희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넉넉하단다. 가을철에도 따스하고 아늑한 시골마을 실컷 누리렴. 4346.10.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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