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66) 파국적 1 : 파국적으로 파괴되었을

 

내가 염려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수증기폭발이 일어나서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모두 파국적으로 파괴되었을 경우
《고이데 히로아키/고노 다이스케-원자력의 거짓말》(녹색평론사,2012) 71쪽

 

  “염려(念慮)하고 있는”은 “걱정하는”으로 다듬고, “최악(最惡)의 시나리오(scenario)인”은 “가장 나쁜 일인”이나 “가장 끔찍한 일인”으로 다듬습니다. “수증기폭발(-暴發)이 일어나서”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수증기가 터져서”로 손보면 한결 나아요. “파괴(破壞)되었을 경우(境遇)”는 “부서졌을 때”나 “망가졌을 때”로 손질합니다.


  ‘파국적(破局的)’은 “일이나 사태가 잘못되어 결딴이 나는 판국의 성격을 띤”을 뜻하는 한자말이고, “파국적 상황을 맞다”나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파국적인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같은 보기글이 국어사전에 나옵니다.


  그런데 한자말 ‘파국·파국적’을 풀이하면서 한국말 ‘결딴’을 씁니다. 한국말 ‘결딴’은 “(1)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 (2) 살림이 망하여 거덜 난 상태”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러니까, ‘파국’뿐 아니라 ‘파탄(破綻)’이나 ‘파산(破産)’ 같은 한자말도 ‘결딴’이라는 한국말로 가리킬 만합니다. 아니, 우리 겨레는 먼 옛날부터 ‘결딴’이라는 한국말로 ‘파국·파탄·파산’을 가리키며 살아왔겠지요.

 

 파국적으로 파괴되었을 경우
→ 결딴났을 때
→ 끔찍하게 부서졌을 때
→ 손 쓸 수 없도록 망가졌을 때
→ 돌이킬 수 없도록 부서졌을 때
→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졌을 때
 …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풀이를 살피다가 한국말을 배우곤 합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이란 지식인과 권력자와 공무원이 쓰는 말입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뜻풀이에 나오는 한국말이란 지식인도 권력자도 공무원도 아닌 여느 시골사람이 쓰는 말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사랑스레 쓰면서 즐겁게 주고받을 말은 어떠한 모습일 때에 아름다울까요. 우리들이 이웃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게 나눌 말은 어떠한 빛과 결일 적에 아름다울까요. 학문하며 쓰는 말이나 전문가들 쓰는 말이 여느 사람 눈높이와 삶자리로 다가올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0.7.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ㄱ. 내가 걱정하는 가장 나쁜 일인 수증기가 터져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모두 결딴났을 때
ㄴ. 끔찍하게도 수증기가 터져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모두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졌을 때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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