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아이들 발끝

 


  아이들과 살아오며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적에 으레 ‘아이들 발가락’이나 ‘아이들 발’이나 ‘아이들 발끝’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사진기를 손에 안 쥘 적에는 밥을 차려서 아이들 부르며 밥상맡에 앉힐 적에 ‘밥상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먹는 아이들 뒷모습’이 꼭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더러 무릎 꿇고 앉아서 먹으라 시킨 적 없으나, 아이들은 밥상맡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렇게 앉을 적에 허리가 곧게 펴면서 아이들 앉은키하고 밥상 높이가 맞기도 할 테지.


  발가락을 보고 발을 보며 발끝을 보는 동안, 아이들이 어른과 견주어 몸피가 얼마나 작은가를 또렷하게 느낀다.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은 어느 몸 어느 모습을 보더라도 느끼지만, 저 작은 발로 씩씩하게 뛰놀며 씩씩하게 크는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곤 한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에 와닿을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며 사진으로 찍는다. 내가 우리 아이들 발끝에 눈길이 꽂힌다면, 나로서는 우리 아이들 발끝을 바라볼 적마다 우리 시골살이 이야기를 들려줄 실마리를 얻는다는 뜻이라고 본다. 아이들 발끝만 사진으로 담다가, 때때로 내 발끝을 아이들 발끝 사이에 살짝 섞으면, 참말 내 발끝은 우락부락 거칠고 되게 크다.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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