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생각
― 사진 여덟 (4346.9.23.달.ㅎㄲㅅㄱ)

 


살림돈 모자라
필름사진기 더는 못 찍겠다고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앞으로 살림돈 넉넉히 벌면
그때에 다시
필름사진기 손에 쥐어
필름 척척 감아
천천히 천천히
한 장씩 담자 생각하면서,

 

지난 몇 해 사이에 찍었지만
아이들과 살아가며
집일 하느라 바쁜 나머지
미처 긁지 못한 필름을
뒤늦게 긁는데,

 

빛을 제대로 못 맞추어
조금 허옇게 되거나
조금 까맣게 된 사진
드문드문 보이지만,
빛을 사랑스럽게 맞추었을 뿐 아니라
느낌도 생각도 이야기도
모두 곱게 여민
사진을 보다가,
한참 보다가,

 

디지털사진기를 쓰면서도
필름사진기를 왜 내려놓지 않았는가 하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디지털사진기를 흑백 설정 해 놓고
얼마든지 흑백 느낌 살릴 수 있겠지.
그러나,
필름을 찾을 때까지 가슴으로 설레고,
필름을 찾으며 가슴이 두근거리며,
스캐너 돌리며 가슴이 떨리는 빛은,
필름사진기에만 있다.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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