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찢어진 나비

 


  국을 끓이고 감자를 볶으며 아침을 차리려 하는데, 부엌 앞 마당에서 뭔가 푸드덕 소리가 들린다. 바람 소리인가 무슨 소리인가 하며 살몃 내다본다. 꽤 큰 사향제비나비 한 마리가 우리 집 처마부터 드리운 거미줄에 걸린 채 파닥거린다. 저런. 냄비 불을 모두 줄인 뒤 마당으로 내려선다. 대나무 작대기를 쥔다. 이리저리 거미줄을 끊는다. 대나무 작대기가 나비 몸뚱이에 닿을 때마다 숨을 헐떡이는 결을 느낀다. 몇 번 끊으니 거미줄에서 풀려난다. 풀밭으로 떨어진다. 풀잎에 거미줄 조각이 붙어 안 떨어진다. 다시 풀잎에서 나비를 떼고, 살살 거미줄을 벗긴다. 2∼3분쯤 거미줄을 떼니, 날개 많이 찢어지고 크게 다친 나비가 비로소 홀가분하게 하늘을 난다. 꽁무니를 빼듯 뒤꼍으로 날아오르고, 매화나무와 감나무를 가로질러 저 멀리 날아간다. 부디 쉴 자리 잘 찾아서 날개를 쉬고 기운을 되찾으렴.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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