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20] 파란하늘 하얀구름
― 삶자리에서 누리는 빛

 


  가까운 도시이든 먼 도시이든, 또 읍내나 면내이든, 시골집을 벗어나 어디로든 나들이를 다녀오면 꼭 한 가지를 크게 느낍니다. 시골집이 아니고는 하늘 올려다볼 겨를이 없고, 같은 시골 하늘이라 하더라도 읍내나 면내에서마저 하늘 볼 일이 없구나 싶어요. 조그마한 도시로 나들이를 가든 커다란 도시로 나들이를 가든, 하늘 보기 어렵기는 똑같아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는 높은 건물 때문에 하늘이 가리고, 지하철이나 지하도 때문에 하늘 볼 생각조차 잊기 일쑤인데, 조그마한 도시라 하더라도 아파트는 높이 솟고 자동차가 넘쳐요. 길을 거닐 적에도 자동차 때문에 두리번두리번 살펴야 하고, 길바닥이 깨졌는지 뭐 다칠 만한 게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해요. 아이들 데리고 도시에서 걷자면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는지 모를 오토바이까지 살펴야 하고, 자전거 모는 분들도 찻길보다 거님길을 즐겨 달리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딪힐까 조마조마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도시에서 살거나 지내면서 하늘 느긋하게 올려다보며 파란빛과 하얀빛 누리기란 참 어려운 노릇이에요.


  도시에는 드넓게 트인 곳이 드뭅니다. 저 먼 데까지 들이거나 숲이거나 바다가 이루어지는 자리는 아주 드뭅니다. 하늘빛 시원하게 누리면서 구름빛 맑게 마실 만한 자리를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늘빛을 누리지 못한다면 하늘숨을 마시지 못합니다. 구름빛을 즐기지 못한다면 구름맛을 나누지 못합니다.


  가을도 하늘이 높지만, 여름도 하늘이 높아요. 가을에도 하늘빛 짙게 파랗지만, 여름에도 하늘이 짙게 파래요. 끝없이 달라지면서 흐르는 구름이 드리우는 고운 그늘에서 함께 쉴 수 있기를 빕니다. 찬찬히 흐르며 뜨거운 햇볕 식히는 밝은 구름그림자에서 다 같이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6.8.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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