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싫은 글쓰기

 


  하루를 여는 새벽부터 하루를 닫는 밤까지 일을 참으로 많이 해서 손목이 거의 못 움직이는 날이 있다. 이때에는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춤을 춘다. 그야말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그러나 손목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 아무것도 못 쓸 때가 있다. 너무 어이없는 나머지 손목과 손등과 팔뚝을 마구 깨문다. 그러나, 이렇게 한들 하나도 나아질 일이 없다. 자판을 두들길 수 없을 뿐 아니라 연필조차 손에 쥐지 못할 만한 날이 꼭 있다. 그런데 말이다, 꼭 이런 날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먼 먼 먼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물려주고 물려받았다. 먼 먼 먼 옛날 사람들은 따로 글을 적어서 이야기를 물려주지 않았다. 먼 먼 먼 옛날 사람들은 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삶과 사랑과 꿈을 뒷사람한테 살포시 넘겨주었다.


  손도 팔도 몸도 힘들어 글 한 줄 못 쓰겠구나 싶은 날을 맞이할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란, 가만히 따지고 보면 글 아닌 말로, 몸으로, 삶으로, 사랑으로, 꿈으로,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면서 물려줄 때에 가장 아름답게 빛날 이야기가 되리라 느낀다. 참 너무 싫은 글쓰기이지만, 손으로 연필을 쥐어 종이에 남기지 못하고, 입으로 조잘조잘 읊으며 귀로 듣게 하는 글쓰기는 나로서는 참 싫고 못마땅하다. 그런데, 내가 연필 쥐어 종이에 글로 쓸 때보다, 내가 입을 놀려 이야기를 들려줄 때에 사람들이 훨씬 잘 알아듣고 한껏 아름다운 꿈을 받아먹는구나 싶으니, 어찌 된 노릇인가.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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