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와 삶터

 


  이십 분쯤 걸려 마을빨래터 물이끼를 걷어냈을까. 물이끼 걷어내며 물을 퍼낸 뒤에는 새롭게 흐르는 시원한 물이 빨래터를 채운다. 이때부터 땡볕에서도 시원한 물놀이를 즐긴다. 시끌벅적한 관광객 없고, 왁자지껄한 자동차 없다. 호젓하며 조용한 놀이터가 된다. 틀림없이 옛날에도 마을빨래터란 빨래를 하는 터이면서 아이들 놀이터였으리라 생각한다. 조금 큰 아이들은 도랑물과 시냇물과 골짝물 찾아다니며 놀았을 테고, 조금 작은 아이들은 빨래터에서 어머니와 함께 물놀이를 했을 테지.


  아이들 놀이터는 따로 있지 않다. 어른들 삶터가 바로 아이들 놀이터이다. 어른들 일터는 곧 아이들 놀이터가 된다. 어른들은 즐겁게 일할 만한 곳이요,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놀 만한 곳일 때에 보금자리이면서 일터이고 놀이터인 삶터가 된다.


  아이들이 따로 놀이터라는 데를 멀리까지 찾아가야 한다면, 아이들도 힘들고 어른들고 힘겹다. 아이들이 집 안팎에서 마음껏 놀 수 없다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아름다운 삶 되기란 어렵다.


  햇살을 누리고 바람을 마시는 삶터가 놀이터이다. 풀내음 맡고 나무그늘 누리는 삶터가 놀이터이다. 4346.7.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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