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잔치

 


  우리 집 꽃밭에서 노랑붓꽃 자란다. 오월이 한껏 무르익으며 유월로 접어들기까지 노랑붓꽃 노랗게 맑은 꽃내음 누린다. 그런데 우리 집 꽃들은 고흥 다른 시골이나 마을 다른 집보다 퍽 늦게 핀다. 그러니까, 다른 마을이나 이웃집에서 꽃이 피어도 우리 집은 열흘이나 보름쯤 늦을 때도 있다. 우리 집 노랑붓꽃 아직 안 피었으니 고흥에서 언제 붓꽃을 보려나 하고 생각하다가, 오늘 아침에 읍내로 마실을 가려고 마을 어귀 버스터에 아이들과 나왔더니 웬걸, 군내버스 타는 곳 둘레로 온통 붓꽃이잖아. 우리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가, 서울로 가서 생물 교사를 하다가 정년퇴임을 했다는 분이 논배미 하나 될 만한 땅을 꽃밭으로 가꾸시는데, 이 너른 꽃밭이 알록달록 온갖 붓꽃으로 잔치판 벌어진 모습을 이제서야 마주한다.


  붓꽃잔치로구나. 숱한 봄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다가 이제 거의 다 저문 오월 한복판, 온 들판과 숲과 멧골은 짙은 풀빛으로 가득한데, 이 사이사이 찔레꽃과 아까시꽃 돋는 한편, 붓꽃이 얌전하고 정갈한 꽃빛 나누어 주는구나.


  생물 선생님 꽃밭 한쪽에는 함박꽃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 어느 어르신 댁에도 이맘때 온통 함박꽃잔치 벌이셨지. 붓꽃에 이어 함박꽃 구경하러 마실을 가야겠다. 4346.5.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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