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한밤에 부시시 일어난다. 큰아이는 오른쪽에서 뒹굴며 자고, 작은아이는 왼쪽에서 뒹굴며 잔다. 큰아이가 뒹굴면서 내 오른옆구리를 발로 툭툭 차고, 작은아이가 뒹굴면서 내 왼옆구리를 발로 툭툭 찬다. 아이들이 뒹굴며 옆구리 발로 차는 일은 대수롭지 않다. 뒹굴면서 자꾸 이불을 걷어차니, 옆구리 걷어차이며 잠이 깰 적마다 이불깃 여미어 아이들을 바로눕힌다. 서너 시간 즈음 이렇게 했을까, 작은아이가 끙끙거리며 쉬를 누고 싶다 할 텐데 생각하며 들여다보는데 밤오줌 눌 낌새는 안 보인다. 나 혼자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마루문을 여니 밤개구리 노랫소리 확 퍼진다. 마을논 아직 다 물을 안 대었는데 개구리 노랫소리 참으로 우렁차다. 이레나 보름쯤 지나면 개구리 노랫소리 더욱 우렁찰 테고, 한 달쯤 지나면 낮에도 개구리 노랫소리 더 넘칠 테지.


  얼마나 따사로운 소리인가 하고 생각한다. 낮에는 새가 울고 밤에는 개구리가 우는 소리란, 사람들 마음을 얼마나 넉넉하게 적시는가 하고 생각한다. 낮에는 풀과 나무가 울고, 밤에는 달과 별이 우는 소리가 사람들 가슴을 얼마나 포근하게 감싸는가 하고 생각한다. 뒷간이 집 바깥쪽에 있고, 오줌은 밭둑에다 누는 삶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한다. 4346.5.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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