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루 책읽기

 


  동생하고 복닥복닥 놀던 큰아이가 갑자기 조용하다. 뭐 하나 궁금해서 슬그머니 들여다본다. 오호라, 혼자서 책을 읽는구나. 무슨 책을 읽나 가만히 어깨너머로 살펴본다. 도라에몽 만화책이네. 그런데 넌 아직 글을 익히지 않아 그림만 보지? 글도 익히면 그 만화책에 담긴 이야기를 더 재미나게 헤아릴 수 있단다.


  그나저나, 이제 환하고 따스한 봄이라 마룻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을 만하구나. 추운 겨울 모두 물러났구나. 꽃샘바람도 꽃샘추위도 모두 가셨구나. 앞으로 가을까지 마룻바닥에서 뒹굴며 놀다가 책도 읽다가 밥도 먹다가, 또 한여름에는 마룻바닥에 이불 한 장 깔고 시원하게 잠들 수 있구나.


  마루에 앉아 바람소리를 함께 듣지. 마루에 앉아 마당을 내다보며 개구리 노랫소리와 제비 춤사위를 즐기지. 마루에 앉아 푸른 잎사귀와 노란 유채꽃망울 바라보지. 종이책도 책이요, 풀꽃도 책이며, 개구리도 책이고, 봄볕도 책이다. 4346.5.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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