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68) 나중의 1 : 나중의 일

 

그가 장례식의 슬픔과 고통을 한층 더해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괴롭게 들리는 곡소리들을 개발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곡쟁이 톨로키》(검둥소,2008) 182쪽

 

  “장례식의 슬픔과 고통(苦痛)”은 “장례식을 치르는 슬픔과 괴로움”이나 “장례식을 감도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손질합니다. “충분(充分)할 정도(程度)로”는 “넉넉할 만큼”으로 손보고, “개발(開發)한 것은”은 “만든 때는”이나 “지어낸 때는”으로 손봅니다.

 

 나중의 일이었다
→ 나중 일이었다
→ 나중이었다
 …

 

  오늘 일어난 일이라면 “오늘 일”입니다. 어제 일어난 일은 “어제 일”입니다. 지난해 겪은 일은 “지난해 일”이에요.

 

 지금 일 / 나중 일 / 지난해 일 / 이듬해 일 (o)
 지금의 일 / 나중의 일 / 지난해의 일 / 이듬해의 일 (x)

 

  올바르며 알맞춤하게 적을 우리 말씨와 말투를 찬찬히 헤아려 주면 좋겠습니다. 낱말과 낱말을 이어서 글월을 이룰 때에 어떤 토씨를 넣어야 올바른지를 살피고, 군더더기가 될 대목이 무엇인가를 돌아보면서 글을 잘 여미어 주면 좋겠습니다.

 

 곡소리들을 개발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야 만들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 가서야 만들었다
→ 곡소리들을 지은 때는 나중이었다
 …

 

 사람마다 말버릇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다른 말씨로 이야기합니다. 이렁저렁 쓰는 사이에 익숙해진 말투가 있습니다. 내 말버릇과 말씨와 말투는 잘 살리거나 지켜 주어야 할 노릇입니다. 그러나, 내 말버릇과 말씨와 말투를 살린다고 하면서, 우리 말법을 흐트리거나 깨뜨리거나 흔들게 된다면 어찌하겠는가를 생각해 볼 일입니다. 4341.7.13.해/4346.5.4.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는 장례식 치르는 슬픔과 괴로움을 한층 더해 주기에 넉넉하도록 괴롭게 들리는 곡소리들을 나중에 지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9) 나중의 2 : 나중의 문제

 

이 순간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계산서는 맨 나중의 문제였다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김성민 옮김-뱅뱅클럽》(월간사진,2013) 233쪽

 

  “이 순간(瞬間)”은 “이때에”로 손봅니다. 글흐름에서 ‘그녀(-女)’는 ‘옆지기’로 손볼 수 있고, 덜어내어 “이때에 생각할 수 있는”처럼 적을 수 있어요. ‘중(中)에서’는 ‘가운데’로 손질하고, “맨 나중의 문제(問題)였다”는 “맨 나중 일이었다”나 “맨 나중이었다”로 손질하면 ‘문제’라는 한자말을 덜 수 있어요.

 

 맨 나중의 문제였다
→ 맨 나중 일이었다
→ 맨 나중이었다
→ 맨 나중에 따질 일이었다
→ 맨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

 

  한 번 손이나 귀나 입이나 눈에 익은 말투는 오래오래 갑니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책이나 만화영화에서 “잘 가”나 “잘 있어”나 “다음에 또 봐” 같은 인사말을 들려주지 않고 “바이바이(byebye)”나 “안녕(安寧)” 같은 인사말만 들려주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이 같은 인사말만 익숙해요. 어른들이 “살펴 가”나 “살펴 가셔요”처럼 인사하지 않고 “조심해”나 “조심해서 가”처럼 인사한다면, 아이들은 어린 나날부터 ‘조심(操心)’이라는 한자말에만 익숙할 뿐, ‘살피다’라는 한국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을까 하는 대목을 짚지 못합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한국사람은 예부터 “맨 나중이었다”처럼 말했고, 한자말 ‘문제’를 쓰더라도 “맨 나중 문제였다”처럼 말했어요. 토씨 ‘-의’를 붙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어른들이 자꾸 이러한 말투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글을 쓰면, 아이들은 이런 말투에 익숙해집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이런 말투를 못 듣더라도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간 뒤, 또 대학생이 되거나 어른이 된 다음 이런 말투를 둘레에서 자꾸 들으면, 시나브로 이 같은 말투에 젖어들어요.


  우리가 늘 쓰는 말투는 어릴 적부터 들은 말투이면서, 어른이 된 뒤에도 늘 듣는 말투입니다. 내가 쓰는 말투가 내 살붙이와 동무와 이웃한테 스며들고, 내 살붙이와 동무와 이웃이 쓰는 말투가 나한테 스며들어요. 서로 사랑스럽게 쓰는 말투라면 서로서로 날마다 사랑스러운 말투로 아름답습니다. 서로 얄궂게 쓰는 말투라면 서로서로 자꾸자꾸 얄궂게 쓰는 말투가 퍼집니다. 4346.5.4.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때에 생각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계산서는 맨 나중이었다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