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를 듣는다

 


  서울로 사진강의를 오면서 긴밤 장례식장에서 샌다. 술잔 기울이며 밤을 잊고 자리를 지키려다가 어느새 나도 자리에 드러눕는다. 그러다 퍼뜩 깬다. 아차, 잠을 안 자고 버티려 했는데. 눈을 부비고 보니 맞은편에 서너 아저씨 드러누워 새근새근 잔다. 모두들 밤을 새우며 자리를 지키려 애쓰다가 쓰러졌구나 싶다. 몇 시간쯤 잤을까. 낯을 씻고 손을 씻는다. 고흥 시골집에서 담아 들고 온 물을 마신다. 도시로 나오면 시골집서 가져온 물만 마시면서 기운을 찾는다. 시계를 살피니 두 시간 즈음, 또는 한 시간 반 즈음 잔 듯하다. 그래도 이나마 잤으니 몸을 살핀 셈일까. 부시시한 몸이지만, 가방에서 시집 하나 꺼내어 읽는다. 100쪽쯤 읽으며 마음을 깬 뒤 짐을 꾸린다. 이제 장례식장 지킴이는 상조회사 일꾼한테 삯을 치르고 나가야 한다. 나도 가방을 멘다. 장례식장 지킴이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천천히 나온다. 아직 밖은 깜깜하다. 초승달 보인다. 이야, 인천에서도 초승달 보네. 훗.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잖아. 무엇이 새삼스럽다고. 초승달 바라보며 새벽길 거닐어 피시방 찾는다. 예전에 가 본 피시방은 문이 잠겼다. 문을 닫았나. 다른 피시방을 찾는다. 음식물쓰레기 거두는 청소차 지나간다. 문을 연 피시방으로 들어간다. 피시방에서 잠을 자는 젊은 아가씨 하나 보이고, 게임으로 밤새우며 시끄러운 젊은 사내 하나 보인다. 셈틀마다 귀에 꽂고 소리 홀로 즐기는 연장 있기에, 한 번 써 본다.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이래저래 찾으며 듣는다. 퍽 좋다. 아니, 꽤 좋다. 시골집에서는 늘 아이들 목소리 노랫소리 듣는데, 집 바깥으로 나와 볼일을 볼 적에는 자동차 소리로 귀가 따갑다가, 이렇게 피시방에서 나를 보드랍게 감싸는 노래를 고즈넉하게 들으니 좋다. 그래, 나는 내 노래를 부르면서 내 삶을 누릴 때에 즐겁구나. 내 둘레 이웃들도 저마다 이녁이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이녁 삶을 누린다면 다 함께 사랑스럽고 아름답겠지. 4346.3.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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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3-06 08:19   좋아요 0 | URL
http://www.youtube.com/watch?v=po09lcDxX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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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퍼서 올리기는 잘 못 해서, 이렇게 주소를 따로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