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서재 '알라디너의 선택'이 요즈음 들어 아주 '알라딘 선택'으로 바뀐 듯하다. 이렇게 한들 알라딘책방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보일 턱이 없다. 부디, 아름다움과 사랑이 무엇인지 스스로 옳게 깨닫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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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단골’ 되기


  내가 자주 드나드는 어느 헌책방에서 어느 단골 할아버지가 어느 날 문득, 이 헌책방에서 ‘단골’이라는 이름을 쓰려면 두 가지를 넘어서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첫째, 스무 해 넘게 드나들 것. 둘째, 삼천 권 넘게 책을 사서 읽을 것.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을 무렵, 나는 이 헌책방에 열다섯 해쯤 드나들었고 그무렵까지 이 헌책방에서 장만한 책은 사천 권쯤 되었다. 2013년을 지나며 이 헌책방을 드나든 햇수는 스물두 해가 되었고, 이곳에서 장만한 책은 어느덧 오천 권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나도 어느 단골 할아버지처럼 ‘아무개 헌책방 단골’이라는 이름을 씩씩하고 즐겁게 쓴다.


  ‘단골’이라는 이름을 다른 책방에서도 똑같이 느낀다. 헌책방에서만 “스무 해 삼천 권”은 아니라고 느낀다. 새책방에서도 “스무 해 삼천 권” 잣대를 채울 수 있으면, 비로소 ‘책방 단골’이라 할 만하다고 느낀다. 그저 책만 많이 사들여 준대서 단골이 되지 않는다. 오래도록 마실을 하면서 삶을 함께 누릴 때에 비로소 단골이 된다. 한편, 오래도록 들락거리는 하되, 책을 사서 읽지 않는다든지, 또는 책방에 찾아와서 선 채로 책을 죽 읽기라도 하지 않는다면, 서른 해나 마흔 해를 들락거린 사람이라 하더라도 ‘단골’은 못 된다. 그저 ‘책손’이나 ‘책나그네’ 또는 ‘책방 손님’이나 ‘책방 나그네’가 될 뿐이다.


  나한테는 ‘단골 헌책방’이 여럿 있다. 스무 해 넘게 다니면서 삼천 권 넘게 책을 장만한 헌책방을 꼽자면, 인천 아벨서점·서울 뿌리서점·서울 신고서점·서울 골목책방·서울 정은서점·서울 진호서점, 이렇게 여섯 군데 있다. 스무 해 넘게 들락거렸지만 아직 삼천 권 넘게 책을 장만하지 못한 곳이 있고, 아직 스무 해 드나들지 못했으나 삼천 권 넘게 책을 장만한 곳이 있다. 새책방은 어떨까. 인천 대한서림은 국민학교 적부터 드나들었으나 고향을 떠나며 발길을 끊었고, 서울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은 우리 식구 두멧시골로 삶터를 옮기면서 찾아가기 어렵다.


  두멧시골에서 살아가며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꽤 장만한다. 엊그제까지 인터넷책방 알라딘에서 책을 몇 권쯤 장만했는가 하고 살펴보니 천오백 권이 조금 넘는다. 앞으로 몇 해쯤 지나면 인터넷책방 알라딘에서 장만하는 책 권수가 삼천 권을 넘으리라. 그런데, 인터넷책방 알라딘은 앞으로 열 몇 해를 더 버틸 수 있을까. 스스로 아름다운 ‘책방’으로서 이 자리를 지킬 만할까.


  헌책방이나 새책방에서 ‘단골’로 지내는 ‘책 할아버지’들 말씀을 때때로 듣곤 하는데, 당신들이 일흔이나 여든 나이에도 날마다 책방마실 즐기면서 책을 사서 읽는 까닭은 ‘지식쌓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삶이 즐겁기에 늘 새로 책을 사서 읽는다고 말씀한다. 그리고, 당신들이 단골로 삼는 책방들은 ‘돈벌기’에만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씀한다. ‘책 할아버지’들은 인터넷을 할 줄 아실까? 글쎄, 할 줄 아는 분이 더러 있을 테지만, 애써 인터넷까지 할 틈을 내지는 않으리라 느낀다. ‘책 할아버지’들은 책을 읽을 때뿐 아니라 책을 고를 때에도 당신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작거리기를 더 즐기고, 책방 바람 쐬기를 더 좋아하며, 책방으로 오가는 길을 천천히 걷는 하루를 더 누리시니까.


  그나저나, 인터넷책방 알라딘은 어디로 가는가. 스스로 아름다운 책방으로 나아갈 생각인가, 아니면 ‘돈벌이’에 사로잡힌 채 제 무덤을 팔 생각인가.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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