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9. 알아볼 수 있는 책이란 - 헌책방 대성서점 2013.1.17.

 


  쪽종이에 책이름을 몇 가지 적은 다음 헌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 책 있어요?” 하고 여쭙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쪽종이에 적은 책이름으로는 책을 못 찾습니다. 쪽종이에 책이름 적은 분으로서는 그 책을 꼭 만나서 읽고 싶을지라도, 그처럼 바라는 책을 그날 그곳에서 찾으려 하는 마음은, 복권에 뽑히기를 비는 마음하고 같습니다. 곧, 하늘에서 ‘책이 떨어지기를 바라’서야 책이 떨어질까요. 스스로 책시렁을 살피고, 스스로 책탑을 옮기면서, 차근차근 책을 살피고 헤아리며 만나야 책을 알아채어 장만할 수 있습니다.


  새책방에 찾아갈 적에도 쪽종이를 들고 찾아가면, 이녁이 바라는 책은 거의 못 찾기 마련입니다. 아마, 인터넷책방이라면 이럭저럭 찾아볼 만하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날이 인터넷책방으로 옮길 테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차츰 ‘꼭 읽어야겠다 여긴 책’만 읽고, 마음을 살찌우거나 생각을 북돋우거나 사랑을 일깨우는 책은 못 만나면서 살아갈 테지요.


  알아볼 수 있는 책이란, 마음을 기울여 살피는 책입니다. 알아보는 책이란, 사랑을 쏟아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알아보아 즐기는 책이란, 생각을 빛내면서 삶을 읽도록 돕는 책입니다.


  잘 보일 만한 자리에 알뜰히 꽂혔으나 안 알아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 안 보일 만한 자리에 듬성듬성 꽂혔으나 이내 알아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이 어두워서 못 알아보지 않습니다. 눈이 밝아서 잘 알아보지 않습니다. 책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집니다. 책을 사귀려는 마음씨에 따라 달라집니다. 책하고 어깨동무하려는 마음결에 따라 달라집니다.


  좋아해 봐요. 사랑해 봐요. 즐겁게 웃어 봐요. 환하게 노래해 봐요. 그러면, 책이 나한테 찾아와요. 내 곁에서 빙글빙글 웃고 춤추는 책들이 내 품에 포옥 안겨요. 4346.1.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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