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글쓰기

 


  나이든 분들이 으레 ‘봄꽃을 앞으로 몇 차례나 볼 수 있나’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듣곤 한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궁금하다. 왜 이렇게 생각할까? 봄꽃을 열 차례 더 보든 스무 차례 더 보든 무슨 대수로운 일인가. 서른 차례 더 보면 즐겁고, 쉰 차례 더 보면 아름다울까. 한 해가 지나가며 ‘내 목숨이 한 살 더 줄었네’ 하고 생각하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나이 한 살 더 먹으며 내 목숨이 줄어들 일이란 없다. 나이 한 살이란 그저 나이 한 살일 뿐이니까.


  마음으로 볼 수 있으면 언제라도 봄꽃을 떠올릴 수 있다. 마음으로 본다면 늘 봄꽃을 되새기며 살아갈 수 있다. 코앞에서 두 눈으로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봄꽃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눈을 감고도, 또 앞을 못 보는 채로도, 얼마든지 봄꽃을 느끼고 마주하며 즐긴다.


  봄꽃은 눈으로 즐기지 않는다. 봄꽃은 마음으로 즐긴다. 봄이 찾아와서 온 들판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고는 천천히 꽃망울 터지는 소리와 결과 이야기가 차근차근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봄꽃은 짠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겨우내 언땅에서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는 작은 씨앗에서 곱게 솟아나는 기운이니, 한겨울부터 봄맞이를 한 셈이요, 가을날 씨를 떨구고 말라죽은 풀포기는 흙 품에 살포시 안긴 씨앗이 깨어나기를 기다린 셈이라고 느낀다.


  봄부터 가을까지 흐드러지던 풀포기가 시들면서 남긴 씨앗 한 알이 따순 흙 품에 안겨 겨울나기를 하면서 무럭무럭 자라듯, 내 마음도 봄부터 가을까지 누리고는 겨울나기를 즐거이 하는 동안 새삼스레 새 이야기 길어올리는 봄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봄에 피어날 꽃은 겨울에 자라고, 봄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겨울에 싹튼다. 434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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