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며 슬퍼 할 이웃한테...

 


노랫소리 (사운드 오브 뮤직)

 


  꿈과 사랑과 이야기가 넘치는 나라 오스트리아에 제국주의 그늘이 드리우면서 모든 평화와 평등과 평안을 짓밟으려는 독재자가 아귀를 벌린다. 어떤 이는 재빠르게 제국주의 독재자 곁에 빌붙으면서 ‘새끼 제국주의자’나 ‘새끼 독재자’가 되고, 어떤 이는 시나브로 ‘고개숙인 사람’이 되어 입을 다문다. 어떤 이는 제국주의도 독재도 싫어 조용히 숨어 지내고, 어떤 이는 제국주의 독재 나라를 씩씩하게 떠난다.


  영화 〈노랫소리〉, 그러니까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 일곱 아이와 두 어른은 집도 돈도 이름도 모두 ‘제국주의 독재 나라’에 고스란히 남기고, 이녁 몸뚱이만 홀가분하게 건사하면서 높은 멧골을 넘는다. 제국주의 독재 나라가 된 ‘통합 독일 제국’에서 준다는 훈장이나 계급이나 신분이란, 내 이웃이랑 동무를 밟아죽이는 끔찍한 짓일 뿐 아니라, 나 스스로를 밟아없애는 못난 짓인 줄 알기 때문이다.


  아홉 사람이 오스트리아 멧골을 타고 스위스로 넘어가는 영화 마지막 대목에서 눈부시게 흐르는 ‘아름다운 숲’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넋으로 살아가고 싶기에 아름다운 숲을 누비면서 아름다운 새터를 찾아간다. ‘내빼는’ 일이란 어리숙하거나 모자란 짓이라고 누군가 말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내빼는’ 일이야말로 더없이 ‘씩씩한’ 삶이라고 느낀다. 제국주의 독재가 되어 버린 나라에 꿋꿋하게 남아서 싸우거나 버티는 일도 대단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빈몸으로 ‘떠나는’ 일 또한 스스로 다부진 기운을 드러내지 않고서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제국주의 독재 나라를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서 텅텅 비도록 한다면, 어떤 독재자나 권력자라 하더라도 아무것 못한다. 나폴레옹이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 간다고 할 적에, 러시아가 한 일은 무엇인가. 싸우지 않고 ‘마을을 통째로 비우기’였다. 이때 나폴레옹 군대가 무엇을 할 수 있던가. 지친 군대는 밥도 옷도 집도 없이 헐벗는다.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러시아를 차지했다고 소리높이 외치지만, 막상 널따란 러시아에서 아무것 못하며 쓸쓸하고 힘겹게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으며,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에는 ‘숨어 지켜보던 러시아 병사’한테 떼죽음을 맛보아야 했다.

 

  제국주의 독재 나라에는 노랫소리가 흐르지 않는다. 아니, 노랫소리가 흐를 수 없다. 2012년 12월 19일을 발판 삼아, 한국을 떠나는 이들 모두한테 아름다운 노랫소리 흐르기를 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은 ‘서울을 떠나’고 ‘도시를 떠나’면서, 제국주의 독재 기운을 아무리 펼치려고 해도 펼치지 못하도록 한다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날마다 만 사람씩 서울이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갈 수 있으면, 이리하여 한 달 지나 삼십 만, 석 달 지나 백만, 한 해 지나 삼백육십오만 사람이 ‘제국주의 독재 꼴’을 안 보면서 시골에서 스스로 흙이랑 풀이랑 햇살이랑 바람이랑 냇물을 사랑하며 조용히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어여쁠까. 숲을 누리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노래를 부른다. 푸른 기운 받아먹는 사람이라야 푸른 사랑을 노래한다. 햇살은 숲을 푸르게 빛내고, 푸르게 빛나는 숲에 깃든 사람은 따사로운 꿈을 노래한다. 4345.12.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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