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나물 달걀말이

 


  오랜만에 달걀말이를 한다. 반찬 삼아 달걀삶기는 곧잘 했어도 달걀부침은 거의 안 하며 지낸다. 아이들은 으레 삶은달걀만 먹다 보니, ‘달걀 = 삶은달걀’고만 알고, 달걀부침을 하면 달걀이 아니라고 여긴다.


  왜 퍽 오랫동안 달걀말이를 안 했나 돌아본다. 한 장 지지고 두 장째 지지는데, 달걀말이 하는 품이 그리 많이 들지 않을 뿐더러, 다른 반찬보다 일찍 마무리지을 수 있는데, 참 게을렀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나, 달걀 반찬보다는 풀 반찬을 애써 차리고 싶어 부러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안 했지 싶다. 달걀삶이조차 달걀이 좀 묵을까 싶을 때에 했으니까.


  아이들이 마루에서 놀다가 깨뜨린 달걀 다섯 알로 달걀부침을 한다. 깨지기는 했으나 바스라지지는 않아 그럭저럭 건사해서 달걀부침을 한다. 아이들이 놀며 달걀을 깨뜨리지 않았으면 이 달걀은 더 묵은 채 있다가는 삶은달걀이 되었으리라. 아이들은 참 대단하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아이들은 이런 몸짓 저런 말빛으로 내게 새 길을 일깨운다.


  달걀을 풀며 무얼 넣을까 생각하다가, 당근물 짜며 남은 건더기랑 세발나물을 넣는다. 세발나물은 처음 넣어 본다. 얼마쯤 넣을가 하다 반 움큼 넣는데, 다 지지고 나서 보니 두 움큼 넣어도 될 만하구나 싶다.


  맨 먼저 밥물을 끓이고, 이윽고 국을 끓이며, 천천히 나물을 다듬고 헹군다. 국 간을 다 보고 나서 두부와 곤약을 넣어 덥힌다. 밥상을 차릴 무렵 두부와 곤약을 꺼내어 접시에 담는다. 두부는 통째로 놓기도 하고 썰기도 한다. 곤약은 큰아이가 먹기 좋을 만한 크기로 썬다. 작은아이 밥이랑 국부터 푸고 뜨면서 밥상에 밥그릇 국그릇 놓이고, 수저까지 놓으면 끝. 얘들아, 밥 먹자. 추운 겨울날 몸 따뜻하게 덥힐 맛난 밥 먹자. 따뜻할 때 먹자. 4345.1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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