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혼자 두 아이 마실

 


  아이들 어머니는 경기도 강화에 갔다. 아이들 아버지는 부산으로 간다. 아이들 어머니는 홀가분하게 마음닦기를 하고, 아이들 아버지는 부산에서 사진잔치를 하고 한글날맞이 이야기마당을 연다. 우리 식구는 ‘거꾸로 가는’ 사람들은 아닌데, 사람들은 자꾸 ‘거꾸로 간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무엇이 거꾸로일까. 아이들은 온통 어머니한테 맡기는 일이 ‘바른 길’일까. 성평등이나 무슨 평등을 따지기 앞서,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을 고루 받아야 하는 숨결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도맡으며 아이들을 돌볼 때도 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이녁 길을 가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이녁 길을 간다. 아이들 어머니는 몸과 마음이 힘들기에 마음닦기를 하려고 여러모로 겨를을 쪼개고, 아이들 아버지는 집살림을 일구고 집일을 돌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사흘 밤을 아버지 홀로 두 아이를 맡아서 돌보다가, 이제 시외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여섯 시간 남짓 되는 부산 마실을 간다. 그동안 마실을 다니며 돌아보면, 여러 아이를 이끌고 다니는 어머니는 많아도, 여러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는 거의 못 보았다. 왜 못 볼까. 왜 아버지들은 돈을 버느라 바빠서 아이들이랑 호젓하게 다니지 못할까. 아이들은 어머니를 더 잘 따르지도, 아버지를 더 잘 따르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저를 사랑하고 아끼는 어버이를 좋아하며 함께 살아간다. 이제 새벽 여섯 시 오십사 분을 지나고 일곱 시 가깝다. 두 아이를 살살 깨우고 달래서 옷을 입혀 군내버스 타러 나갈 때이다. 부디 먼길 잘 가자꾸나. 서로서로 도우며 잘 가자꾸나. (4345.10.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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