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넘어간 새벽하늘 별빛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저녁부터 달빛이 밝다. 한가위를 앞둔 달이로구나 싶도록, 보름달이 아니어도 참 환하다. 그런데 이 달빛이란 달이 내는 빛이 아니라, 해가 빚어 내보내는 빛을 받아 지구별로 되비치면서 이루는 빛이겠지. 환하게 비추는 달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달에 아로새겨진 무늬를 찬찬히 읽어 본다. 망원경이 없어도 이럭저럭 볼 수 있는 만큼 달무늬를 읽는다.


  아이들 잠들고 나도 잠든다. 새벽녘에 깬다. 작은아이 바지와 기저귀를 간다. 나도 오줌이 마렵다. 마당으로 나온다. 풀숲이 된 빈터에 쉬를 눈다. 그동안 달은 넘어갔고, 아직 깜깜한 새벽하늘은 온통 별빛이다.


  별이 참 많구나. 아니, 별이 참 많이 보이는구나. 달이 넘어가고 나니 별이 훨씬 많이 보이는구나. 누군가는 이 별 저 별 엮어 별자리를 그리기도 하는데, 별자리로 그리는 별 말고도 훨씬 더 많은 별이 하늘에 있지 않을까. 왜 어느 별은 별자리에 들어가고, 왜 어느 별은 별자리에 안 들어갈까.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이 아주 많을 텐데, 이들 별은 어떤 별일까.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라는 별은 어떤 별자리처럼 보일까. 다른 별에서 살아가는 목숨은 지구를 어떤 별자리로 그릴까. 어쩌면 다른 별 목숨은 지구라는 별을 굳이 별자리에 안 넣을는지 모른다. 지구별 사람이 어느 별은 별자리에 넣고 어느 별은 별자리에 안 넣듯, 지구라는 별도 똑같이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


  저 먼 별에는 어떤 삶이 이루어질까. 내가 발을 디딘 이 지구별에는 저마다 어떤 삶을 이룰까. 저 먼 별빛은 지구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내가 발을 디딘 이 지구별에서 일구는 내 삶은 저 먼 별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4345.9.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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