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쑥 내음 책읽기

 


  태풍이 지나가고 난 눈부신 파란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빨래를 넌다. 마당 귀퉁이에 빨래를 널다가, 가을을 맞이해 새로 돋는 ‘마당 쑥’ 내음을 맡는다. 아침에 풀물을 짤 때에 쑥을 한 주먹 뜯어서 함께 넣는데, 뜯으면서도 쑥내음이 나고, 뜯고 나서도 쑥내음이 감돈다. 봄에 돋는 봄쑥에는 봄내음이 묻어나고, 가을에 돋는 가을쑥에는 가을내음이 묻어난다. 봄에도 가을에도, 또 여름에도 마당 한켠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쑥을 뜯어서 날로도 먹고 풀물을 짜서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즐거운가. 게다가 햇볕에 잘 마르는 빨래마다 가을쑥 내음이 배어들 테지. 마당에서 맨발로 노는 아이들 몸과 마음에도 가을쑥 내음이 찬찬히 스며들 테지. 나한테도 옆지기한테도 좋은 내음이 가만히 찾아들며, 언제나 좋은 넋으로 좋은 꿈을 꾸도록 도와주는구나 싶다. (4345.9.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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