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이승편 - 상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꿈을 꾸자
 [만화책 즐겨읽기 158] 주호민, 《신과 함께 (이승편 상)》

 


  좋은 꿈을 꿀 때에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구나 싶어요. 좋은 꿈을 못 꿀 때에는 좋은 삶을 못 누리는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내 마음속에서 좋은 삶을 누리는 좋은 길을 바라니까 좋은 일이 찾아들고, 내 마음속부터 좋은 삶을 누릴 좋은 길을 깨닫지 못하니까 좋은 일이 찾아들지 않아요.


  좋은 꿈을 안 꿀 때에도 좋은 일은 찾아올 수 있겠지요. 그런데, 좋은 꿈을 안 꿀 때에는 나한테 찾아드는 좋은 일이 참말 좋은지, 참으로 기쁜지, 참으로 아름다운지를 느끼지 못해요. 알아보지 못하고 살피지 못해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바라보고, 느끼며, 알아채요. 스스로 바라는 대로 생각을 잇고, 사랑을 나누며, 꿈을 펼쳐요.


  그래서 자꾸자꾸 생각합니다. 좋은 꿈을 자꾸자꾸 생각합니다. 내 마음속에 먼먼 옛날부터 스며들거나 깃든 얄궂거나 아프거나 슬프거나 궂은 생각이 무엇인가 하고 돌이키면서, 이런 생각들이 차츰차츰 허물을 벗으며 예쁘거나 곱거나 착하거나 참다운 빛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꿈을 꿉니다.


- “우린 이 집이 지어질 때부터 여기 있었지. 집이 우리고, 우리가 집이야.” (16쪽)
- “이 조건이면 임대아파트로 가실 수 있습니다.” “이보쇼. 내가 전쟁 끝나고 열여덟에 상경해서 58년째 여기 살고 있소. 가긴 어디로 가란 말여?” “에이, 어르신. 그래도 이참에 깨끗한 아파트로 가시는 게 손자 키우기도 편하시고.” “택도 없는 소리 마쇼! 지금 나보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닭장 같은 곳에서 살란 말요? 멀쩡한 우리 집 놔두고 왜?” (38∼39쪽)

 

 


  비가 내리는 하루이기에 빗소리를 듣습니다. 비가 멎고 맑게 갠 하루이기에 맑은 햇살을 누립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하루이기에 산들산들 시원하며 싱그러운 바람을 즐깁니다.


  몸이 아파 힘들며 고단하고 괴로운 하루를 보냅니다. 몸이 나아 개운하면서 홀가분한 하루를 누립니다. 아이들 뒤척이는 소리에 밤에 한잠도 이루지 못하며 찌뿌둥합니다. 아이들 새근새근 잘 자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고요히 단잠을 이룹니다.


  스스로 즐기면서 누리는 삶입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누리는 삶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일도 겪고 저러한 일도 겪으면서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고 싶은지 모릅니다. 이런 아픔과 저런 기쁨을 겪으면서 내 생각과 사랑을 한결 따사롭게 가다듬고 싶은지 몰라요.


  꿈이란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꿈이란 이름을 더 얻겠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꿈이란 무언가 더 거머쥐겠다는 생각이 아니에요. 꿈이란 내 모습을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티없이 보듬고 싶은 생각입니다.


- “조왕이도 마찬가지야. 아파트에는 부뚜막이 없어.” “뭐?” (45쪽)
- “그뿐만이 아냐! 곧 이 동네까지 사라진다구. 이런 상황에 꼭 데려가야만 속이 시원하겠냐?” “사정은 안됐지만, 이 사정 저 사정 다 따지면 세상에 죽을 사람 하나도 없소.” (78쪽)
- “그래도 그런 상황이셨으면, 말씀이나 해 주시지, 에휴. 그럼 도와드렸을 텐데.” “말을 해야 아는 거요?” (292쪽)

 

 


  갓난쟁이가 뒤집습니다. 뒤집고 놀던 갓난쟁이가 깁니다. 기던 갓난쟁이가 걷습니다. 천천히 걷던 갓난쟁이가 드디어 뛰며 달리기를 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말꽃을 피웁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자라납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어른도 하루하루 새롭게 자라납니다. 어제는 모르던 무언가를 오늘 깨우칩니다. 이제껏 모르던 무언가를 시나브로 알아챕니다. 나이 서른이 되어 깨닫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이 쉰에 알아채는 슬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스승이 되고, 서로서로 좋은 벗님이 됩니다. 나는 너한테 좋은 이웃이며, 너는 나한테 좋은 동무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꿈을 꾸자고 생각합니다. 좋게 살아갈 나날을 꿈꾸자고 생각합니다. 내 삶을 좋게 빛내고, 나와 이웃한 사람들 삶 또한 당신들 스스로 좋게 빛내는 결을 생각합니다.


  내가 좋을 때에 네가 좋고, 네가 좋을 때에 내가 좋거든요. 내가 웃을 때에 네가 웃고, 네가 웃을 때에 내가 웃어요. 내가 골을 부릴 때에 네가 골을 부리고 말며, 네가 골을 부릴 때에 나까지 골을 부리고 말아요.


- “라면만 사?” “우리 집은 라면만 먹는데요! 할머니 안 계셔서 라면 먹어요. 할아버지는 밥할 줄 몰라요.” (72쪽)
- “얼마 정도요? 보증금이란 게.” “천 5백에서 2천만 원 정도구요, 월세는 2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럼 이 집 부수면 얼마가 나오는 거요?” “에, 2인 가구에 평수를 계산해 보면, 9백만 원 정도네요.” (122∼123쪽)

 


  주호민 님 만화책 《신과 함께》(애니북스,2011) 이승편 상권을 읽습니다. 사람들 곁에 늘 있던 ‘지킴이’가 오늘날 갑작스레 어떻게 달라졌는가 하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사람들 꿈과 사랑과 이야기를 빚습니다. 먼 옛날, 사람들은 지킴이를 바랐기에 집에 지킴이를 모셨어요. 오늘날, 사람들은 지킴이를 바라지 않으니 집에 지킴이를 모시지 않아요. 먼 옛날, 사람들한테는 돈이 없었어요. 흙이 있고, 살붙이가 있으며, 햇살과 바람과 물이 있었어요. 풀과 꽃과 나무가 있었어요. 오늘날, 사람들한테는 흙이 없어요. 햇살도 바람도 물도 풀도 꽃도 나무도 없어요. 오늘날 사람들한테는 돈만 있어요.


  집에 지킴이가 꼭 있어야 집을 지키지는 않습니다. 집에 지킴이가 없기에 집을 못 지키지는 않습니다. 나라에 군대가 있어야 나라를 지키지 않아요. 내 마음에 믿음이 참답게 있을 때에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아끼고 나를 지켜요. 전투기나 탱크나 잠수함이 나를 지켜 주지 않아요. 믿음과 사랑과 꿈이 나를 지켜요. 돈이나 아파트나 자가용이 나를 지켜 주지 않아요. 생각과 마음과 가슴이 나를 지켜요.


- “지금껏 집에만 있다가 요즘에 세상 구경을 해 보니까 많은 걸 느낀다.” “어떤 거?” “인간들의 세상이란 참으로 이상하다는 것을 배웠지. 한쪽이 살려면 다른 한쪽이 죽어야 한달까?” “뭐야, 그런 게 어딨어. 둘 다 살면 되잖아.” “문제는, 누구든지 자신은 사는 쪽일 거라 생각한다는 거지.” “뭐래.” (213쪽)
- “집이 없어지면 장맛이 다 무슨 소용이죠? 장독대도, 심지어 먹을 사람도 사라지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요? 난 부엌의 신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싸우고 있죠.” (268쪽)


  내 곁 좋은 이웃들이 좋은 꿈을 생각할 수 있기를 빕니다. 나 또한 언제나 내 하루를 좋은 꿈으로 빚으면서 내 이웃들한테 좋은 동무로 살아가자고 빕니다. 내 곁 좋은 이웃들이 좋은 사랑과 생각으로 하루를 빛내기를 바랍니다. 나 또한 늘 나부터 내 하루를 좋은 사랑과 생각으로 빛내면서 기쁘게 웃는 꿈을 빛내자고 바랍니다. (4345.6.24.해.ㅎㄲㅅㄱ)

 


― 신과 함께 (이승편 상) (주호민 글·그림,애니북스 펴냄,2011.11.11./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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