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 다시 읽는 사진, 거듭 찍는 사진

 


  2012년에 다섯 살을 누리는 아이하고 글씨 쓰기를 합니다. ㄱㄴㄷ부터 하나하나 함께 쓰며 놉니다. 깍두기 공책을 가득 메우는 아이는 오래지 않아 한글을 싱그럽게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이곳저곳에 적힌 글월을 읽을 수 있을 테며, 어느 날에는 제 삶이야기를 짤막하게 글로 옮길는지 모릅니다. 다만, 이렇게 아이가 글월을 읽거나 제 삶이야기를 글로 쓰기까지는 퍽 먼 일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이와 글씨 쓰기를 함께 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사진을 찍습니다. 어제 찍은 사진을 오늘 새삼스레 들여다보고, 오늘 새삼스레 거듭 찍으며, 하루가 지나면 또 예전 사진을 들여다볼 테고, 다시금 새삼스레 새롭게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길 걷는 다른 분은 어떠할는지 잘 모릅니다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삶과 사람을 사랑스럽고 즐겁게 꾸준히 찍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사랑하는 짝꿍이 있다 할 때에 사진을 어떻게 찍을는지 헤아려 보셔요.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아마 날마다 새롭게 만나면서 새롭게 사진을 찍을 테지요. 사랑하는 나날을 누리는 햇수가 늘수록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사진첩 몇 권이 되도록 두툼하게 늘 테지요. 사랑하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무것 아니라 할 만한 모습까지 사진으로 찍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모르더라도 두 사람한테는’ 서로 믿고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한 자락 싣는 사진이거든요. 좋아하는 마음을 담으니 늘 다시 들여다보는 사진이 되고, 언제나 거듭 찍는 사진이 됩니다.


  어느 어버이라 하더라도 이녁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날마다 새롭게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랑 오늘이 얼마나 다르겠느냐 말할 분이 있을 터이나,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내 마음은, 어제는 어제요 오늘은 오늘이에요. 어제와 같은 놀이를 오늘 똑같이 하더라도, 오늘은 오늘대로 새롭게 노는 삶이에요. 새삼스럽게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아이가 손에 힘을 꽉 주며 깍두기 공책 메우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봅니다. 사진기 떨리지 않도록 잘 붙잡고는 한 장 두 장 찍습니다. 이제 그만 찍자 싶지만, 사진기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열 장 스무 장 잇달아 찍습니다. 하루 지나 이 사진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어느 사진 하나 버릴 수 없다고 느낍니다. 며칠 지나 또 이 사진을 바라보면서 어느 사진이든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가만히 보면, 한국에서 사진길 걷는 분 가운데 최민식 님은 부산 자갈치 저잣거리에서 벌써 쉰 해 넘도록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저잣거리 일꾼’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최민식 님으로서는 ‘늘 새로운 길’을 걷는 마음일 테고, ‘언제나 다른 삶결’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느낄 테지요.


  사랑하는 마음이 될 때에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북돋운다면, 사진학교를 못 다니고 사진강의를 못 들었다 하더라도, 사랑스럽게 즐길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곱게 건사한다면, 사진이론이나 사진비평을 모른다 하더라도, 사랑스럽게 사진을 읽는 하루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345.6.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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