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8) 겸양의 1 : 겸양의 말뜻

 

겸양의 말뜻과 달리 목소리는 ‘어서 오라’는 듯 밝고 상쾌하다
《이승환·최수연-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이가서,2009) 237쪽

  “밝고 상쾌(爽快)하다”는 “밝고 시원하다”나 “밝고 산뜻하다”나 “밝고 상큼하다”로 다듬으면 한결 좋습니다.


  한자말 ‘겸양(謙讓)’은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바쁠 때일수록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같은 보기글이 실리기도 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국어사저을 뒤적여 ‘양보(讓步)’를 찾아보니,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을 뜻한다 합니다. ‘양보’ 뜻풀이가 ‘사양’이라 하니, 다시 ‘사양(辭讓)’을 찾아보는데, 이 한자말은 “겸손하여 받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함”을 뜻한다고 나오네요. 이제는 ‘사양’ 뜻풀이가 ‘겸손’입니다. 다시금 ‘겸손(謙遜/謙巽)’을 찾아봅니다. 이 한자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뜻한다고 해요.


  돌고 도는 한자말 풀이를 헤아립니다. ‘겸양’은 “나 스스로를 낮추어 남한테 베풀거나 부드러운 모습”을 일컫는다 할 만합니다. 문득, 이 말뜻을 잘 나타내는 한겨레 낱말 하나 떠오릅니다. ‘다소곳하다’.

 

 겸양의 말뜻과 달리
→ 다소곳한 말뜻과 달리
→ 상냥한 말뜻과 달리
→ 얌전한 말뜻과 달리
→ 점잖은 말뜻과 달리
→ 차분한 말뜻과 달리
→ 참한 말뜻과 달리
 …

 

  국어사전에서 ‘다소곳하다’를 찾아봅니다. 뜻풀이가 셋 달립니다. “(1) 고개를 조금 숙이고 온순한 태도로 말이 없다 (2) 온순한 마음으로 따르는 태도가 있다 (3) 한적하고도 얌전하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나저나, 한국사람 가운데 한국말 ‘다소곳하다’ 뜻풀이를 똑똑히 살피려고 국어사전을 살피는 분이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으레 알겠거니 여기지는 않을까요. 뜻이나 느낌이나 쓰임새를 제대로 모르면서 엉뚱한 자리에 쓰거나 잘못 쓰거나 아예 안 쓰지는 않을까요.


  내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어른들은 ‘다소곳하다’ 같은 낱말을 퍽 즐겨쓰셨습니다. 이 낱말은 언제나 좋은 뜻으로 좋은 자리에 쓰셨어요. 어른한테든 아이한테든 누군가 다소곳하다 할 때에는 참하거나 믿음직하다는 뜻이곤 했습니다. 나는 누군가한테서 ‘다소곳하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으나, 이 소리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참말, 누군가 다소곳하다 하자면, 더없이 착하면서 맑고 어여쁜 넋이요 몸가짐이어야 하거든요.

 

 바쁠 때일수록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 바쁠 때일수록 너그러이 마음을 써야 한다
→ 바쁠 때일수록 따스하게 마음을 써야 한다
→ 바쁠 때일수록 곱고 따스히 마음써야 한다
 …

 

  좋은 말을 나누며 좋은 생각을 꽃피웁니다. 좋은 글을 쓰며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좋은 말을 들려주며 좋은 꿈을 키웁니다. 좋은 글을 빚으며 좋은 사랑을 심습니다.


  우리가 쓸 말은 굳이 ‘바르게’ 쓰거나 ‘옳게’ 바로잡지 않아도 됩니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참답고, 가장 다소곳하며, 가장 빛나고, 가장 사랑스러우며, 가장 어여쁜, 가장 좋은 말이 되도록 다스릴 수 있으면 됩니다. 가장 참답게 쓰는 말이라면 바르기 마련이에요. 가장 사랑스럽게 쓰는 글이라면 옳기 마련일 테지요. 가장 좋은 넋으로 빚는 글일 때에는 가장 아름다이 빛날 테고, 가장 어여쁜 꿈으로 일구는 글일 적에는 가장 따사로이 거듭나겠지요. (4345.6.3.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다소곳한 말뜻과 달리 목소리는 ‘어서 오라’는 듯 밝고 상큼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