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빨래

 


  식구들 함께 움직이는 나들이를 할 때에는 언제나 빨래비누 한 장 챙긴다. 어디에 묵든 어디로 움직이든 늘 빨래를 한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며 하루치 옷가지를 몽땅 빨래하기도 하지만, 갓난쟁이가 내놓는 기저귀를 틈틈이 빨래한다. 비누를 꺼낼 겨를이 되면 비누로 빨고, 비누를 꺼낼 겨를이 안 되면 물로만 헹구어 빨래한다. 빨래한 옷가지는 비닐봉지에 담기도 하고, 가방에 걸치기도 한다. 자동차를 타고 움직일 때에는 눈치껏 옷걸이에 꿰에 손잡이에 걸기도 한다.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길에는 짐받이 아래쪽에 빨래를 잔뜩 널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아침마다 똥을 푸지게 눈다. 아주 고맙다. 집에서는 하루에 너덧 차례 똥을 누더니, 마실길에는 하루에 한 차례 아침에 몽땅 내놓는다. 아이도 집이 아니라 길에서 움직이는 줄 알기 때문일까. 아이 몸이 느끼고 아이 마음이 생각하면서 이렇게 될 테지.


  새벽바람으로 둘째 아이 똥기저귀와 똥바지를 빨래하는 김에 내 머리도 감는다. 시골집에서는 여러 날에 한 번 감지만, 도시에서는 먼지를 많이 먹는 만큼 날마다 감아야 한다고 느낀다. 아이들도 옷을 자주 갈아입히며 틈틈이 빨래한다. 시골집은 한결 따스한 날씨이지만 후덥지근하지는 않다. 시골집에서는 아이들한테 긴소매옷을 입혔는데, 도시로 오니 푹푹 찌는 날씨인 터라 몽땅 반소매옷으로 입힌다. 아침에 입힌 옷은 낮에 갈아입혀 빨고, 낮에 입던 옷은 저녁에 다시 갈아입히며 빤다. 푹푹 찌는 날씨인 만큼 빨래는 참 금세 마른다. (4345.5.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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