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68 : 말(言)


여기서 나의 말(言)은 풀 한 포기 흔들지 못한다
《박영근-솔아 푸른 솔아》(강,2009) 126쪽

 

  ‘나의’는 ‘나 + 의’ 꼴입니다. 이 말투는 일본 말투 ‘私 + の’를 한글로 옮겨 적은 꼴입니다. 겉으로 보는 생김새는 한글이지만, 말씨로 헤아리면 한국말이 아닙니다. ‘blue’를 ‘블루’로 적는다 해서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블루’로 적으면 한글로 적었을 뿐입니다. 옳고 바르게 한국말로 하자면 “나의 말”은 “내 말”이라 적어야 합니다.

 

 나의 말(言)은
→ 내가 읊는 말은
→ 내가 외는 말은
→ 내 말마디는
→ 내 말소리는
 …

 

  글쓴이는 ‘말’이라는 낱말을 꾸밈없이 적바림하지 못합니다. ‘말’이라고만 적으면 입으로 읊는 말이랑 들짐승 말이랑 헷갈릴까 싶어서 이처럼 적었는지 모릅니다. ‘言’이라는 한자를 나란히 적을 때에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헷갈리지 않을 만하다고 여겼구나 싶습니다. 어떤 이는 ‘눈’이라는 낱말을 사람들이 헷갈려 할까 봐 ‘눈(目)’과 ‘눈(雪)’으로 적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눈’이 되든 ‘말’이 되든, 한국말은 길고 짧은 소리로 둘을 가릅니다. 또한, 글흐름과 말흐름에 따라 두 낱말을 갈라요. 따로 한자를 밝힌대서 낱말을 한결 또렷이 헤아리도록 돕지 않습니다. 힘들여 한자를 넣어야 글흐름이나 말흐름이 환히 살아나지 않아요.


  한자 아닌 영어를 넣는들 글흐름과 말흐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평화를 ‘평화(peace)’처럼 적거나, 사랑을 ‘사랑(love)’으로 적어야 잘 헤아리거나 옳게 읽을 수 있지 않습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다이 가누면서 한국글을 한국글답게 돌보아야 가장 알맞고 아름답습니다.


  보기글에서 ‘말’이라고만 적을 때에 흐름이 엉뚱해질 수 있겠다 싶으면, 한국 말투를 살리도록 사이에 다른 꾸밈말을 넣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나 “내가 읊는 말”이나 “내가 들려주는 말”이나 “내가 쓰는 말”이나 “내가 적은 말”이나 “내가 외치는 말”이나 “내가 품은 말”처럼, ‘나’와 ‘말’ 사이에 알맞게 징검돌을 놓습니다.


  또는 ‘말소리’나 ‘말마디’나 ‘낱말’이나 ‘말투’나 ‘말씨’나 ‘싯말’이나 ‘노랫말’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말삶을 생각하며 길을 살핍니다. 말꿈을 피우며 넋을 북돋웁니다. 말사랑을 보듬으며 빛을 나눕니다. (4345.4.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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