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27) 가운데 1 :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 큰 아이는 이렇게 어린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참을성과 상상력을 기른다. 그런 한편, 어린 아이들은 큰 아이들과의 이러한 교류를 통해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  《아이카와 아키코/장희정 옮김-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87쪽

 

 ‘인내력(忍耐力)’이 아닌 ‘참을성’이라 적은 만큼, ‘상상력’이 아닌 ‘생각힘’이라 적을 수 있습니다. “큰 아이들과의 이러한 교류(交流)를 통(通)해”는 “큰 아이들과 이렇게 사귀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어우러지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어울리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놀면서”나 “큰 아이들과 이렇게 만나면서”로 다듬습니다. ‘성장(成長)한다’는 ‘자란다’나 ‘큰다’로 손봅니다.

 

 아이를 돌보는 가운데
→ 아이를 돌보는 동안
→ 아이를 돌보는 사이에
→ 아이를 돌보면서
 …

 

 “무엇을 -하는 가운데”처럼 쓰는 말투가 올바르지 않을 줄 느끼거나 깨닫는 사람이 몹시 드뭅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나부터 이 말투를 퍽 오랫동안 썼어요. 이 말투를 쓰면서 이 말투가 올바른가 아닌가를 살피지 못했어요. 아니, 이러한 말투를 애써 살펴야 하는가를 헤아리지 못했어요.

 

 어느 날 문득 궁금했습니다. “그러는 중(中)에 이 일이 벌어졌다”처럼 쓰는 말투는 영어 현재진행형을 일본사람이 옮겨적으며 한국사람한테 스며든 말투입니다. 이 말투에서 한자 ‘中’을 무늬만 한글로 ‘중’으로 적는다든지 ‘中’이 “가운데 중”이니까 ‘가운데’로 풀어 적는다든지, 이렇게 쓰는 말투는 서로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 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러는 中에 (x)
 그러는 중에 (x)
 그러는 가운데 (x)

 

 문득 돌아보니 세 말투 모두 올바르지 않았어요. 그야말로 문득 느꼈어요. 영어 ‘in’을 ‘인’이라고 한글로 적는대서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in’이든 ‘인’이든 영어예요. “in house”를 “인 하우스”로 적는대서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또한 “집 속”이라 적을 때에도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한국사람 한국말은 “집 속”이 아니라 “집에”예요. 한국사람은 “집에 있다”라 말해야 한국말이 되지, “집 속에 있다”라 말하면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안과 밖을 나누느라 “집 안에 있다”처럼 쓸 수는 있으나, “집 속”이라 할 수 없어요.

 

 그런 한편 (o)
 그런 가운데 (x)

 

 보기글을 살피면 “그런 한편”이라는 말마디가 있어요.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도 “그런 한편”이라 쓰기보다 “그런 가운데”라고 곧잘 써요. 어느 사람은 “그런 중에”라고도 써요. 조금 예전 사람 가운데에는 “그런 中에”처럼 쓰는 분이 있기도 해요.

 

 왜 이러한 말투가 한국 말투에 스며들었을까요. 왜 우리들은 이렇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고 말까요. 이러한 말투가 우리한테 알맞거나 걸맞거나 좋다고 여기는가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쓰다 보니 익숙한 말투가 되나요.

 

 남들이 다 쓰니까 나 또한 따라서 쓰는 말투가 되는지요. 신문에 나오고 책에 실리며 방송에서 떠드니까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익숙한가요. 귀에 익고 손에 익으며 입에 익으니, 이러한 말투를 오늘날 새로운 한국 말투로 삼아야 하나요.

 

 민족주의라느니 순수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사람다이 한국말을 하는 얼거리와 흐름과 삶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토박이말이나 국어순화라는 테두리가 아니에요. 우리들이 으레 쓰는 말투가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르거나 참다운가를 곰곰이 짚어야 한다고 느껴요.

 

 공장에서 찍은 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먹어도 목숨이 곧장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폐수나 매연이 섞인 물이나 바람을 마셔도 곧바로 숨이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몇 가지 얄궂거나 뒤틀린 말투를 쓴대서 내 마음이 어두워지거나 비뚤어지거나 망가지지 않을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나는 잘 살고 싶어요. 내 삶을 예쁘게 일구고 싶어요. 아이들과 누리는 하루를 즐거이 어깨동무하고 싶어요. 밥 한 그릇 좋게 먹고 싶어요. 말 한 마디 좋게 나누고 싶어요. 생각 한 자락 좋게 품고 싶어요. (4345.1.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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