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64 : 소회所懷

 


..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든, 어떤 모습의 세상이든, 그렇게 세상 속에서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어떤 소회에 젖는다 ..  《김비-네 머리에 꽃을 달아라》(삼인,2011) 248쪽

 

 “어떤 종류(種類)의 사람들이든”은 “어떤 사람들이든”으로 다듬고, “어떤 모습의 세상(世上)이든”은 “어떤 세상이든”이나 “어떤 나라이든”이나 “어떤 누리이든”으로 다듬습니다. ‘어떤’이라는 낱말을 앞에 달면 ‘갈래가 어떠하’고 ‘모습이 어떠한’가를 가리키니, 사이에 ‘종류의’나 ‘모습의’를 넣을 때에는 군더더기나 겹말이 돼요.

 

 “세상 속에서”는 “세상에서”로 바로잡습니다. 이와 같은 자리에 넣는 ‘속’은 껍데기는 한글이지만, 알맹이는 일본사람 말투예요. 한국사람 말투는 ‘속’을 넣지 않고 “세상에서”라 합니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이 아닌 “책에 나오는 사람”이라 적어야 올바르고, “영화 속에서 본 이야기”가 아닌 “영화에서 본 이야기”라 적어야 올발라요.

 

 소회(所懷) : 마음에 품고 있는 회포
   - 소회를 밝히다 / 소회를 털어놓다 /
     자기의 소회를 적었을 것이란 것이 직감되었다

 

 보기글을 쓰신 분은 ‘소회所懷’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소회를 말하면서 한자를 밝혀요. 어떤 소회인가 하고 밝혀요.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所懷’와 한자를 달리 적는 ‘素懷’는 “평소에 품고 있는 회포나 뜻”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신 분은 “여느 때에 품는 회포나 뜻”이 아닌 “마음에 품는 회포”를 이야기하고 싶어 ‘所懷’라는 한자말을 쓰고, 이 한자말에 한자 말밑을 밝힌 셈이에요.

 

 그러면 ‘회포(懷抱)’는 또 무슨 뜻을 나타내는 낱말인지 궁금합니다. 다시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이 한자말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나 정(情)”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소회(所懷)’를 찬찬히 풀이하면 “마음에 품는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나 정”입니다. 다른 한자말 ‘소회(素懷)’를 찬찬히 풀이하면 “평소에 품는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나 정”이에요.

 

 한자를 달리 쓴다는 ‘소회’ 두 가지이지만, 두 가지 말풀이 모두 엉터리입니다. 두 가지 한자말을 풀이하며 ‘회포’라는 한자말을 쓰는 일은 아주 엉터리입니다.

 

 한 마디로 간추리자면, 한자말 ‘所懷 = 素懷 = 懷抱’예요. 이 세 가지 한자말을 서로 다른 한자말인 듯 여기며 쓸 수 없습니다.

 

 나는 어떤 소회에 젖는다
→ 나는 어떤 생각에 젖는다
→ 나는 무언가를 생각한다
→ 나는 어떤 일을 생각한다
→ 나는 어떤 마음이 된다
 …

 

 “어떤 소회에 젖는다”라 하든 “어떤 회포에 젖는다”라 하든 똑같은 말입니다. 이와 같은 말투로는 우리 생각을 옳게 나타낼 수 없습니다. 우리 생각은 ‘생각’이라는 낱말로 나타내야 알맞습니다. 우리 마음은 ‘마음’이라는 낱말로 가리켜야 알맞습니다. 우리 넋은 ‘넋’이라는 낱말로 드러내야 알맞습니다. 우리 얼은 ‘얼’이라는 낱말로 보여주어야 알맞아요.

 

 가만히 생각하면서 국어사전을 살피고, 국어사전 말풀이가 어떠한가를 짚으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헤아리면 좋겠어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매이는 글쓰기나 말하기가 아니라, 참말 옳고 바르면서 착하고 참다이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내 삶인가를 톺아보면 좋겠어요. (4345.1.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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