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 쓰는 글

 


 혼자 살아가는 때에는 혼자서 생각하고 밥먹으며 쓰는 글입니다. 둘이 살아가는 때에는 둘이서 생각하고 빨래하며 쓰는 글입니다. 셋이 살아가는 때에는 셋이서 생각하고 마실하며 쓰는 글입니다. 넷이 살아가는 때에는 넷이서 생각하고 복닥이며 쓰는 글입니다.

 

 네 사람은 서로 한식구이지만 서로 다른 목숨입니다. 네 사람은 함께 한 집에서 지내지만 서로 다른 몸과 마음으로 움직이며 집일을 건사합니다. 네 사람은 네 가지 빛깔로 무지개를 그립니다. 네 사람은 네 가지 꽃을 피우고 네 가지 열매를 맺습니다.

 

 넷이 쓰는 글은 넷이 일구는 삶입니다. 넷이 읽는 글은 넷이 사랑하는 삶입니다. 넷은 서로서로 안고 부빕니다. 넷은 서로한테 안기고 새근새근 잠듭니다. 넷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서로 손을 내밀며 서로 눈을 맞춥니다. 좋은 날을 맞이하면 좋은 생각을 빛냅니다. 좋지 못한 날을 맞이하면 좋은 생각으로 잘 타이릅니다.

 

 두 살, 다섯 살, 서른세 살, 서른여덟 살, 이렇게 네 사람은 새해 첫날을 엽니다. 아침 일찍 똥을 두 차례 푸지게 눈 두 살 아기는 서른여덟 살 아버지가 씻기고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넙니다. 다섯 살 아이랑 서른여덟 살 아버지는 감 여덟 알을 썰어서 먹습니다. 두 살 아이는 서른세 살 어머니 품에서 젖을 물며 잠듭니다. (434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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