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095) 계속 1 : 계속 하고 싶으세요

 

.. 이 일 계속 하고 싶으세요? ..  《부서진 미래》(삶이보이는창,2006) 31쪽

 

 한 가지 일을 그치지 않고 죽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고 한 가지 일만 하기란 퍽 수월하기도 해요. 빨래 걱정, 치우는 걱정, 설거지 걱정, 밥하는 걱정 없이 내가 좋아하는 어느 바깥일 하나에만 마음을 쓴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수월하고 가뿐할까요.

 

 계속(戒屬) : 타이르는 일
 계속(繫束) = 기속(羈束)
 계속(繫屬/係屬)
  (1) 소속하여 매임
  (2) 남의 관리를 받음
 계속(繼續)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 오늘 강의는 지난 강의의 계속이다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 계속 쏟아지는 폭우 / 재판은 열흘 동안 계속 열렸다 /
     인구가 계속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

 

 계속 하고 싶으세요?
→ 앞으로도 하고 싶으세요?
→ 꾸준히 하고 싶으세요?
→ 언제까지나 하고 싶으세요?
 …

 

 끊이지 않고 어느 일을 하는 모습을 놓고 ‘꾸준하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끊임없이’나 ‘그치지 않고’라 가리킬 수 있고 ‘곧게’나 ‘그대로’로 담아내도 됩니다. ‘거침없이-막힘없이-술술’를 때에 따라 넣어 보아도 어울립니다. ‘한결같이’라든지 ‘언제나’나 ‘언제까지나’를 넣을 수 있어요.

 

 국어사전 보기글로 나오는 “지난 강의의 계속이다”는 “지난 강의와 이어진다”라 다듬습니다. “계속 쏟아지는 폭우”는 “쉼없이 쏟아지는 세찬 비”나 “줄기차게 쏟아지는 세찬 비”로 다듬어 줍니다. “재판은 열흘 동안 계속 열렸다”라면 “재판은 열흘 동안 열렸다”로 풀어내거나 “재판은 열흘 동안 잇달아 열렸다”로 담아냅니다. “인구가 계속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는 “인구가 나날이 줄어든다”로 걸러냅니다.

 

 그냥저냥 쓸 수 있는 ‘계속’이라고 여기며 그대로 두고픈 분들이 제법 많으리라 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때와 곳에 걸맞게 털어내는 분들도 적잖이 있으리라 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고, 마음쓰기에 따라 다르며, 몸소 움직이기에 따라 다릅니다. (4339.6.4.해./4341.9.20.흙./4344.12.27.불.ㅎㄲㅅㄱ)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79) 계속 2 : 계속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계속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지 않았다 ..  《유은실-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창비,2005) 30쪽

 

 아이들한테만 책을 읽으라는 어버이가 많습니다. 아이들한테만 예절 노래를 부르는 어버이가 많습니다. 새치기 잘하고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면서 아이들한테는 ‘착하게’ 살라고 입만 나불거리는 어버이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이 나라 어린이와 젊은이가 나날이 마음이 무너지고 몸가짐이 나빠진다면 누구보다도 어버이들, 이 나라 아버지와 어머니들 탓이라고 느낍니다.

 

 엄마는 계속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그 뒤로도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그때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그때나 이제나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예나 이제나 책을 읽지 않았다
 …

 

 이 자리에 쓰인 ‘계속’은 ‘지난 어느 한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을 뜻하는군요. 이런 뜻으로 ‘계속’을 쓸 수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그 뒤로도’나 ‘그때부터’를 넣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 뒤로 줄곧’이나 ‘그 뒤로 한결같이’처럼 꾸밈말을 뒤에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4339.12.6.물./4344.12.27.불.ㅎㄲㅅㄱ)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65) 계속 3 : 계속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이 나무는 계속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이세 히데코/김정화 옮김-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청어람미디어,2007) 41쪽

 

 언제나 한 자리에 있는다면 한결같이 있는 셈입니다. 한결같이 있는 사람은 달라지거나 바뀌는 일이 없이 있는 셈입니다. 달라지거나 바뀌지 않으니 내 몸이며 마음이며 튼튼하게 추스를 수 있을까요.

 

 계속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줄곧 이 자리에 있었나요
→ 늘 이 자리에 있었나요
→ 노상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죽 이 자리에 있었나요
 …

 

 꼭 한 자리에 있는다고 더 우람하거나 훌륭하거나 반갑지는 않습니다. 온갖 곳을 옮겨 다니면서도 아름답거나 어여쁠 수 있어요.

 

 어디에 있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어디에서나 사랑스레 어깨동무할 수 있을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건 눈보라가 몰아치건 흔들릴 까닭이 없어요. 따순 바람이 분대서 휩쓸리거나 아무 바람이 없다 해서 내 사랑터를 떠날 까닭이 없어요. 나는 내가 가장 아름다이 여기면서 사랑할 만한 곳에서 예쁘고 상냥하게 사랑자리·삶자리·꿈자리·이야기자리를 껴안으면 즐거워요.

 

 이 나무는 옛날부터 이 자리에 있었나요?
 이 나무는 그때부터 이 자리에 있었나요?
 이 나무는 한결같이 이 자리에 있었나요?
 이 나무는 씩씩하게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오래도록 사랑할 만한 일을 찾아야 즐겁습니다. 언제까지나 어깨동무할 만한 사람하고 살아야 아름답습니다. 늘 따사로이 마주보면서 언제나 포근하게 얼싸안을 이웃과 동무를 사귀어야 기쁩니다.

 

 거짓스레 꾸밀 까닭이 없는 삶입니다. 겉치레로 꾸밀 까닭이 없는 말입니다. 껍데기를 들씌운대서 돋보이지 않는 넋이요 꿈이며 매무새입니다.

 

 좋은 길을 한결같이 걸어가면 돼요. 좋은 꿈을 한결같이 북돋우면 돼요. 좋은 말을 한결같이 살찌우면 돼요. 좋은 삶을 한결같이 사랑하면 돼요. (4340.12.22.흙./4344.12.27.불.ㅎㄲㅅㄱ)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69) 계속 4 : 전화가 계속이야

 

.. “이렇게 능력 좋은 동생이 있는 줄 몰랐네. 아까부터 사장님 찾는 전화가 계속이야. 벌써부터 사장님 소리 들으면 앞으로 못해도 준재벌은 되겠다.” ..  《김이설-환영》(자음과모음,2011) 172쪽

 

 “능력(能力) 좋은” 같은 글월은 그대로 둘 만합니다만, “재주 좋은”이나 “좋은”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준(準)재벌”은 “재벌 비슷하게”나 “재벌 버금가게”나 “재벌 못지않게”나 “재벌 부럽지 않게”나 “재벌 비길 만하게”로 손질합니다.

 

 아까부터 찾는 전화가 계속이야
→ 아까부터 찾는 전화가 끊이지 않아
→ 아까부터 찾는 전화가 잇달아
→ 아까부터 찾는 전화가 빗발쳐
→ 아까부터 찾는 전화가 끝없어
 …

 

 말뜻 그대로 “잇달다”나 “끊이지 않다”로 풀어내면 알맞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즐겨쓰는 한자말 ‘계속’이요, 어린이책이나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나타나는 한자말 ‘계속’입니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부터 ‘계속’이라는 한자말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써야 하는가 곰곰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참말 이 한자말을 꼭 써야 하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어른들은 으레 ‘계속’을 말할 뿐, ‘잇달다’와 ‘잇따르다’ 같은 한국말은 거의 말하지 않습니다. 아마, 동시나 동화에서조차 ‘잇달다’와 ‘잇따르다’ 같은 한국말을 찾아보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같거나 비슷한 뜻과 느낌으로 ‘끝없다’와 ‘그치지 않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분도 참 드물어요. ‘끝나지 않다’라든지 ‘이어지다’ 같은 한국말로 삶을 그리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보기글처럼 전화가 오는 이야기에서는 ‘빗발치다’ 같은 낱말을 쓰곤 합니다. 전화라는 물건이 생긴 지는 얼마 안 되었으나 지난날 사람들은 ‘빗발치다’라는 낱말을 이 자리에 아주 알맞게 잘 썼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전화기에 불이 나다”라는 말이 있어요.

 

 생각을 하면서 북돋우는 말입니다. 생각을 잃으면 잃는 말입니다. 겨레말이니 나라말이니 하는 굴레 때문에 살피는 말이 아니에요. 내 삶을 사랑하는 말이기 때문에 곰곰이 살피면서 북돋웁니다. 내 넋을 가꾸고 내 꿈을 보살피는 말입니다. 한자말이라서 나쁘거나 영어라서 끔찍하지 않아요. 넋과 꿈과 사랑을 아름다이 보듬을 말 한 마디를 어떻게 다스리거나 아껴야 하는가를 사람들 스스로 느끼며 헤아려야 합니다. (4344.12.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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