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노래 부르기


 ‘불후의 명곡’이라는 자리에 나오는 노래꾼들이 김현식 님 노래를 부른다. 주어진 노래이니까 김현식 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참 좋아하니까 김현식 노래를 부를 수 있겠지. 그런데, 왜 김현식 님 노래를 불러야 할까. 무엇하러 방송에서 김현식 노래를 ‘노래꾼마다 제 결에 맞추어 판을 새로 짜서 불러’야 할까.

 꼭 한 사람을 빼놓고는 이 노래꾼들이 김현식 님 노래를 왜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점수를 얻으려고 부르는가. 옛사람을 그리려고 부르는가. 1등을 하려고 부르는가. 혼자 슬픔에 잔뜩 젖으려고 부르는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돼지 멱을 따든 소 멱을 따든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나 또한 노래방에서는 염소 멱이든 토끼 멱이든 딸 테니까. 노래방에서는 제 마음대로 제가 좋아하는 노래에 푹 젖어들으면 되니까.

 그런데 ‘불후의 명곡’이라 하는 자리라 한다면, 노래꾼마다 빛깔과 목소리와 결과 내음과 이야기가 다르다 하다면, 저마다 다 다른 빛깔과 목소리와 결과 내음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노래여야 하지 않을까. 저 혼자 푹 젖어드는 노래를 부르려 한다면, 방송에 나오지 말고 노래방에 갈 일이 아닌가.

 김현식 님은 슬픔과 아픔에 젖은 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김현식 님은 당신 삶결에 따라 당신 노래결을 가다듬었다. 김현식 님은 당신 삶무늬에 맞추어 당신 노래무늬를 북돋았다. 김현식 님은 당신 삶자락에 녹아드는 당신 노래자락을 이루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어느 노래꾼이든 음반을 낼 때랑 무대에 설 때 똑같이 노래를 부르는 법이 없다. 오늘 무대와 글피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결과 노래무늬가 똑같지 않다. 첫째 음반과 둘째 음반에 같은 노래를 담더라도 두 노래는 결과 무늬가 다르다. 김현식 님은 당신 음반과 무대에서 당신 노래를 어떻게 불렀을까. 어떤 삶이면서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알리라고 하는 노래꾼 한 사람은 김현식 님 노래를 ‘알리다운 노래’로 불렀으나, 다른 노래꾼들은 ‘노래방다운 노래’로 부른다. 참 슬프며 아프다. (4344.11.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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