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을 선물할 때


 네 식구가 함께 살아가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돕는 분들이 있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이분들한테 고맙다는 뜻으로 인사하려고 책을 선물하곤 한다. 내 책이 태어나며 생기는 글삯만큼 책을 사서 하나하나 봉투에 담아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부친다. 이렇게 하자면 먼저 출판사에서 나한테 책을 보내야 하니 우표값을 치러야 하고, 나 또한 우표값을 치러야 한다. 봉투값도 들이고, 우체국까지 가는 품과 겨를과 찻삯이 든다.

 내 손으로 책을 부칠 때에는 책 안쪽에 글월 몇 줄 적바림할 수 있으나, 겹으로 우표값을 치르는 셈이다. 내 책을 내가 누리책방에서 사서 보내면, 요즈음은 책 한 권마저 거저로 보내 준다고 하니까, 나로서는 우표값을 치르지 않을 뿐더러, 엉뚱하지만 나한테 10% 덤돈이 쌓인다. 책 한 권 부칠 때에 이래저래 1400원쯤 치인다 한다면, 누리책방으로 책을 보내면 20%를 에누리하는 셈이기도 하다. 나는 출판사에서 70% 값으로 책을 사지만, 이렇게 산다 한들 출판사에서 나한테 책을 보내며 들일 우표값이나 품값이 있으니, 굳이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책을 보내 달라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다.

 보금자리를 옮기려고 집을 비울밖에 없는 나날이다 보니, 이렇게 누리책방 손을 빌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느낀다. 어쩌면, 나는 내가 고맙다고 느끼는 분들한테 선물하고 싶어 책을 쓴다 할 만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옆지기와 두 아이가 먹을 밥을 차리고, 식구들 옷가지를 빨래하며, 어줍잖으나 집안을 치우는 조그마한 집일이다. 여기에 글조각 보듬고 사진조각 보살피는 자그마한 손일이 있다. 선물이란 즐겁고, 선물할 수 있는 삶이란 그지없이 신난다. 주는 선물이든 받는 선물이든 즐겁다. 선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물받을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대단하면서 거룩할까. 무엇을 어떻게 선물하느냐에 앞서, 선물이라는 대목에서 반가우면서 아름답다고 느낀다.

 선물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글을 쓴다. 선물할 수 있다는 보람으로 사진을 찍는다. 선물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책을 내놓는다. (4344.10.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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