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74] 김씨가게

 고흥읍에서 과역면 쪽으로 가는 길에 퍽 커다란 가게 옆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얼핏 고개를 돌릴 때에 보는데, 가게이름은 ‘킴스마트’입니다. 문득, 서울인가 어디에서 ‘킴스클럽’이라는 퍽 커다란 할인매장 이름을 본 듯합니다. 전라남도 고흥읍에 있는 ‘킴스마트’는 이곳 이름에서 가지를 쳤을까요. 꽤 큼지막하게 짓는 할인매장은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마트’라는 영어를 붙입니다. 우리 말 ‘가게’를 붙이지 않습니다. 지난날처럼 한자말 ‘상회(商會)’를 붙이지도 않습니다. 곰곰이 헤아립니다. ‘킴스클럽’이건 ‘킴스마트’이건 ‘김씨가게’입니다. “김씨네 가게”예요. 우리가 한겨레붙이가 아닌 서양사람이라면 서양말로 ‘킴스마트’라는 가게이름을 붙이는 일은 얄궂거나 슬프지 않아요. 한겨레붙이이면서 한겨레붙이답지 못하게 이름을 붙이기에 얄궂거나 슬픕니다. 김씨라서 ‘김씨가게’이고, 장씨라서 ‘장씨가게’라 하면 될 텐데요. 나들이하듯 즐거이 찾아가기에 ‘나들가게’요, 조그맣기에 ‘구멍가게’나 ‘작은가게’입니다. 골목에 깃들어 ‘골목가게’이고, 마을에 있어 ‘마을가게’이며, 섬에 있을 때에 ‘섬가게’입니다. 작은 시골마을 도화면 닭집에 들러 튀김닭 한 마리를 사서 식구들이 맛나게 먹습니다. (4344.9.3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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