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56] 갓난쟁이

 갓난아기를 바라봅니다. 요 갓 난 아기를 바라봅니다. 이 땅에 갓 나온 아기는 어머니젖을 물다가는 잠이 들다가는 잠이 깨다가는 할머니나 아버지 품에 안겨 두리번두리번 멀뚱멀뚱하다가는, 곁에서 누나가 조잘조잘 재잘재잘 노래하는 소리에 귀를 쫑긋합니다. 어머니 배에서 열 달을 사는 동안 늘 듣던 조잘조잘 재잘재잘 노래하는 소리는 갓난아기한테는 어떠한 느낌이었을까요. 갓난아기가 새근새근 잠들 무렵 시끄러우면 안 되니까 피아노를 치지 말라 했지만, 갓난아기가 제법 큰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을 보고는, 동생이 듣도록 피아노를 쳐 주렴, 하고 말하니 금세 피아노 뚜껑을 살며시 열면서 신나게 또당또당 두들깁니다. 누구한테서 딱히 배운 적이 없는 아이 마음대로 가락에 따라 이 소리 저 소리 부드러이 들려줍니다. 생각해 보면, 고작 세 해 앞서만 하더라도 어린 누나는 제 어린 동생과 마찬가지로 갓난쟁이였습니다. 갓난쟁이에서 제법 큰 아이는 이제 어엿하게 누나 노릇을 하고, 누나 노릇을 하는 어린이를 키우는 어버이 또한 이제는 늙수그레한 나이로 접어드는 아버지요 어머니이며, 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낳은 분들은 갓난쟁이였을 적에 어떤 모습인지 떠올리기 힘든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살아갑니다. (4344.5.2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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