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5.11. 



 꽃을 주다


 마당에서 놀든 멧자락에서 놀든 아이는 으레 꽃을 꺾는다. 아이는 꽃을 꺾은 다음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살며시 내민다. 꽃 좀 보라 하고 꽃이 예쁘다 한다. 그러면, “아이야, 예쁜데 이렇게 또 꺾으면 어떡하니. 이제 그만 꺾고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아이 참 예쁘다 하고 쓰다듬어 주렴.” 하고 이야기한다.

 마당 어디에서나 풀씨가 뿌리내려 풀꽃이 피고, 멧자락 어디에서나 풀씨나 나무씨가 떨어져 꽃이 핀다. 아이한테는 온갖 꽃송이가 좋은 동무이자 이웃이자 놀잇감이 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에 자그마한 꽃송이를 꺾어 놀았겠지. 도시에서 살던 때에도 구석자리나 시멘트 갈라진 틈에서 자라는 들꽃을 바라보며 한두 송이씩 꺾었으니까.

 우리 살림집이 도시에 그대로 있었으면, 우리 아이는 무얼 하면서 놀 수 있었을까.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는 무엇을 바라보거나 껴안으면서 제 하루하루를 새롭게 맞이할 만할까. 어린이집과 학원과 셈틀과 텔레비전은 아이 어린 삶을 얼마나 북돋우거나 사랑스레 보듬는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4344.5.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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