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28


 운동경기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주 혼자서 하는 운동경기가 있을까 궁금한데, 골프라 하더라도 골프채를 들고 옮겨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테니스이든 탁구이든 배드민턴이든 코치나 감독이나 도움이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저런 몇 가지 운동경기는 혼자서 뛴다고 얼추 말할는지 모르리라.

 야구라든지 축구라든지 농구라든지 핸드볼 같은 운동경기는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야구는 아홉 사람, 축구는 열한 사람, 농구는 다섯 사람, 핸드볼은 일곱 사람이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면, 경기장에 들어선 사람이 아홉이요 열하나요 다섯이요 일곱이요 할 뿐, 뒤에서 받치거나 기다리는 사람은 훨씬 많다. 연습을 할 때에 돕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한국땅 운동경기는 이 나라 사람들한테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기를 바라며 생긴 운동경기가 아니다. 한국땅 ‘프로스포츠’는 관계자 스스로 밝히기도 하듯이,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 때에 사람들 눈과 마음과 생각을 홀리려고 만들었다. 프로야구이든 프로축구이든 매한가지이다. 여기에 돈벌이라는 꿍꿍이 하나가 곁들여 여러 운동경기가 ‘프로스포츠’로 발돋움한다.

 오늘날 한국땅 배구 대회 또한 프로스포츠요, 돈에 따라 움직인다. 값진 땀이나 즐거운 보람에 앞서 돈과 성적을 높이 여긴다. 돈을 잘 벌어야 하고 성적이 빼어나야 한다. 어찌 되든 1등을 해야 하고, 1등이 아니면 알아주지 않을 뿐 아니라, 1등을 하면 그동안 무얼 어떻게 하든 모두 좋게 토닥인다.

 2010년부터 이어지던 프로배구 대회가 2011년 봄에 마무리된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 구단이 끝경기를 치룬다. 둘 가운데 한 쪽이 이기며 1등으로 마무리되는데, 둘 가운데 이긴 쪽에서 ‘아주 잘 한다는 선수 하나’가 맡은 공격 몫은 79.28%. 열 번 팔을 휘둘러 공을 때려야 할 때에 자그마치 여덟 차례 한 사람이 펄쩍 뛰어서 팔을 휘두르며 공을 때렸다는 소리.

 ‘아주 잘 한다는 선수 하나’는 여느 경기에서도 으레 60∼70%쯤 공격을 도맡곤 했다. 끝경기에서는 자그마치 80%가 되도록 공격을 도맡은 셈인데, 이쯤 되면 한국땅 프로배구란 배구라는 이름이 하나도 걸맞지 않은 셈이 아닌가 싶다. 그저 1등을 해야 하고, 어찌 되든 이기기만 해야 하며, 1등과 이기기에 얽매여 선수를 노예처럼 부리든 다른 선수를 들러리처럼 경기장에 세우든 아랑곳할 일이 아닌 셈이 된다. 이런 ‘혼잣놀음’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 또한 1등을 하거나 이기기만 하면 즐거운 노릇이라는 틀에 길들여지거나 익숙해진다. 배구라는 운동경기는 그저 ‘공을 높이 띄워 한 사람이 펑펑 두들겨패듯 맞은편 바닥에 철썩철썩 내리찍으면 그만’인 점수따먹기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고등학교 야구부끼리 붙는 운동경기부터 끔찍하다. 웬만한 고교야구 대회에서는 예선부터 결선까지 ‘잘 던지는 선수 하나’가 1회부터 9회까지 홀로 던지는 일이 흔하다. 이 선수가 4번 타자까지 한다면 선수 하나로 1등을 거머쥐는 일이 생기는 셈이다.

 작전이란 없는 운동경기이다. 생각이란 없어도 되는 삶이다. 마음도 뜻도 보람도 나눔도 있을 까닭이 없는 이 나라이다. 그예 돈이면 되고, 1등이라는 숫자라면 즐겁다고 말한다. 사랑보다는 아파트이고, 믿음보다는 자가용인 한국이다. (4344.4.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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