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책읽기


 아이가 잠든다. 히유. 아니, 아이가 잠든다기보다 아빠가 잠든다.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쉬지 못하며 몰아친 아빠가 아이를 팔베개를 하면서 “아빠 좀 안아 줘.” 하고 말하면서 먼저 잠든다. 아이는 무척 졸립지만 더 놀고프다며 이불을 발로 걷어차다가는, “아빠 좀 안아 줘.” 하는 말에 얌전히 아빠를 안아 준다. 아빠는 조곤조곤 속삭인다. 하루 내내 말 안 들으며 땡깡쟁이로 놀던 아이였으나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아이인걸, 하면서 이렇게 착한 아이는 둘도 없으리라 다시금 속삭인다. 그러고는 까무룩 잠들었다. 문득 팔이 몹시 저리며 뻣뻣하다. 팔이 저려서 잠에서 깬다. 아, 나도 이렇게 잠들고 말았네, 하고 혼잣말을 하며 팔을 살살 뺀다. 찌릿찌릿하다. 기저귀를 들고 아이한테 채우려 한다. 아이도 살짝 깨며 웅얼웅얼한다. 그러나 기저귀를 채우고 이불을 다시 덮으며 토닥토닥하니까 아이는 이내 잠든다. 이제부터 아빠도 홀가분하게 글쓰기를 하든 책읽기를 하든 할 수 있다. 오늘은 글쓰기를 거의 못했으니까 글을 좀 만진 다음에 집을 치우고, 책도 조금 읽다가는 다시 아이 옆에 누워서 깊디깊이 밤잠을 자야겠다. (4344.3.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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