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꼭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배워야 하고, 영어로 어떤 일을 하거나 영어로 된 책이나 영화를 즐기고 싶으면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외국여행을 즐기고 싶거나 외국사람을 사귀고 싶을 때에도 영어를 배워야 할 테지요.

 44. 왜 맞춤법에 맞추어서 써야 하나요?
 : 맞춤법에 맞추어서 글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내 글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45. 왜 우리나라는 쉬운 우리말 놔두고 어려운 한자말을 섞어서 말을 할까요
 : 어쩌면, 우리는 너무 바보에다가 멍청이인 탓이 아닐까요. 그토록 일제강점기에 짓눌렸고, 조선 때에는 봉건신분제로 시달렸으면서도, 참말로 왜 어른들은 쉬운 우리말은 젖히고 어려운 한자말을 이토록 좋아할까요. 궁금하기 짝이 없이 없습니다.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46. 말에 영어나 한자말을 많이 섞어 쓰면 뭐가 문제가 되나요
 : 내 넋을 잃습니다.

 47.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서 쓴 글 또는 시를 나에게 보여주세요
 : 백석 님과 현덕 님과 이원수 님과 권정생 님과 임길택 님이 쓴 동화하고, 신동엽 님이 쓴 시를 읽으면 됩니다. 이오덕 님이 쓴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나 《나무처럼 산처럼》도 좋은 글입니다.

 48. 토박이말은 한자말보다 말 만들기가 참말 어렵나요
 : 한국사람이 한국말 만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나 스스로 내 쓸모에 걸맞게 내 말을 써 버릇해야 내 한국말을 내 슬기로 아름다이 빛냅니다. 책을 읽으면 ‘책읽기’이고, 책을 쓰는 사람은 ‘책쓰기’를 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은 ‘책만들기’나 ‘책엮기’를 합니다. 책을 파는 사람은 ‘책팔이’를 하는 셈일 테지요. 책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이름은 ‘책꾼’이 될 테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쟁이’가 됩니다. 늦게 낳은 아이를 ‘늦둥이’라 하듯 늘 제때에 못 맞추는 사람을 가리켜 ‘늦기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말이기에 ‘새말’이며, 오랜 옛날부터 써 온 말이라 ‘옛말’이요, 새말을 빚는 일은 ‘말짓기’ 또는 ‘새말짓기’입니다.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까다롬쟁이’처럼 일컬을 수 있어요.

 49. 왜 한자말을 많이 쓰면 더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 예부터 궁궐사람이나 양반이나 지식인처럼 ‘여느 사람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문을 배워 한문으로 생각을 펴고 한문으로 말을 나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똑똑한 사람은 양반이거나 지식인으로 여겼고, 이들은 으레 한문을 썼기 때문에 한자말을 쓰면 똑똑해 보인다고 잘못 생각하는 버릇이 배고 말았습니다. 요사이는 영어를 써야 똑똑해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난날 한문(한자말) 쓰던 사람을 똑똑하게 보던 버릇하고 매한가지입니다.

 50. 동사무소나 군대나 법원에서 쓰는 말은 왜 생활에서 쓰는 말과 다른가요
 : 아직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찌꺼기를 털지 못했습니다. 동사무소 같은 관공서뿐 아니라 군대나 법원에서 쓰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스며든 일본 한자말이 수두룩합니다. 더구나 공무원이 되도록 시험을 치를 때에 보는 교재라든지 공무원이 되어 써야 하는 서류마저 지난날 일제강점기 일본 한자말 판입니다. 아마, 말사랑벗이 나중에 짝꿍을 만나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을 즈음 ‘출생신고서’를 쓰려 하면,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나라일을 맡은 공무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할 뿐, 스스로 여느 말로 여느 사람을 돕는 몫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관공서를 비롯해 군대나 법원, 여기에 기자들이 만드는 신문이나 잡지조차 쉬운 살림말(생활말)하고는 동떨어지고 맙니다. 말사랑벗이 읽을 역사책이나 인문책이나 철학책도 여느 자리 여느 말하고는 사뭇 돌떨어진 말로 가득합니다.

 51. ‘ㅋㅋㅋ’같은 말을 어른들은 ‘경박하다’며 안 좋아하시는데 우리끼리는 괜찮은가요
 : 가벼이 보든 무거이 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쓰고픈 말을 써야 좋습니다. 괜히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쓰는 말이 될 수 없어요. 다만, ‘ㅋㅋㅋ’를 쓰든 ‘ㄴㄴㄴ’를 쓰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말을 쓰니까 나쁘다는 잣대는 없습니다. 옳고 바른 마음을 착하며 곱게 담아서 쓸 수 있는 말인가 아닌가를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52. ‘뭥미’처럼 인터넷에서 ‘우리집’, ‘우리엄마’ 따위를 ‘울집’, ‘울엄마’로 줄여쓰는데, 나중에는 ‘울-’같은 말들이 사전에도 오를 수 있을까요
 : ‘울-’ 또한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말이 국어사전에 안 실리더라도 우리들이 이 말을 쓰고 싶어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으며, 국어사전에 안 실릴지라도 우리들은 즐겁고 신나게 쓸 수 있습니다.

 53. 어른들은 왜 이렇게 우리말을 못 할까요
 : 어른들은 어른들 삶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 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어른들 삶을 참답게 돌아보면서 올바로 아낄 수 있다면, 어른들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쓰거나 바르게 나누겠지요. 어른들부터 우리말을 알뜰살뜰 써야 말사랑벗 또한 우리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으며, 이렇게 모두들 우리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는 때에 비로소 우리 삶터에 착한 사랑과 너른 믿음이 아름다이 자리잡으며 좋은 민주와 평화와 독립과 통일과 평등이 뿌리내리리라 봅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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