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소식지에 넣는 글을 하나 쓰다. 


 함께 읽는 책 1 : 삶을 일구는 결대로 책을 사랑합니다


 첫째 아이를 낳던 지난 2008년에 《티베트 의학의 지혜》(다이쿠바라 야타로 씀,박영 옮김,여강 펴냄,1991)라는 책 하나를 헌책방에서 만났습니다. 두 어버이한테서 사랑으로 받은 목숨을 두 사람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루려 했던 첫째 아이 목숨이기에, 사람을 돈값으로 헤아리면서 갖은 항생제와 예방주사와 처방전만을 쓰는 병원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우리 식구한테 이 책은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판이 끊어져 헌책방 아니고서는 찾아볼 길이 없는 책이지만, 오래도록 헌책방마실을 즐긴 터라, 반가우면서 고맙게 맞아들였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을 올 2011년을 앞두고 《아기가 온다》(실러 키칭거 씀,강영숙 옮김,하늘출판사 펴냄,1995)라는 책 하나를 또 헌책방에서 만납니다. 첫째 아이를 집에서 낳으려 했으나 끝내 집에서 못 낳고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둘째 아이는 집에서 즐겁게 맞이하고 싶어 이 책을 읽습니다. 둘레에서 집에서 아이를 낳으라 하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끔찍하거나 나쁜 일이라도 일어날 듯 여기는 터라, 할머니한테든 할아버지한테든 도움말을 듣거나 도움을 받기 퍽 어렵습니다. 사람한테서 ‘아이 낳는 슬기’를 귀담아듣기 힘들다면 책을 살피며 ‘아이 낳을 슬기’를 우리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비록 책 하나 읽는다고 모든 일을 알뜰히 해낼 수 있지는 않고, 책 하나에는 모든 자리 모든 때를 밝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없지만, 몸으로 부대낀다 하더라도 모든 자리 모든 때를 스스로 빈틈없이 깨닫거나 깨우치지는 않습니다.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하거나 돌아보지 못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알아채거나 느끼는 길잡이가 됩니다.

 인터넷에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 있습니다. ‘안예모’라고 찾기창에 적어 넣으면 손쉽게 찾아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이 그저 안전하다고만 여기는 분이 참으로 많은데, 예방접종이란 병이 일어나기 앞서 병원균을 화학조합으로 만들어 사람들 몸에 미리 집어넣는 일입니다. 살아숨쉬는 목숨인 병원균이 아니라 화학조합으로 만드는 죽은 병원균입니다. 오늘날 환경재앙을 걱정하면서 라면이나 과자에 엠에스지를 안 넣는다고 다들 떠들썩하게 밝히지만, 엠에스지는 안 넣으면서 다른 화학조합물은 엄청나게 넣습니다. 아마, 아이 키우는 어버이들은 엠에스지 같은 화학조합물 깃든 먹을거리를 아이한테 안 먹이겠지요. 그러면 예방접종은? 예방접종을 아이한테 거의 어김없이 맞히면서 예방접종 성분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어버이는 몇 사람이나 될까요.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 씀,차혜경 옮김,바람 펴냄,2007) 같은 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제 둘레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의사로 일하든 간호사로 일하든 아이를 낳아 키우든 환경운동을 하든 진보나 개혁을 외치든 지식인이라 하든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든, 예방접종이 무엇인지 옳게 헤아리는 분을 만날 수 없습니다.

 스물세 권에 이르는 만화책 《우주소년 아톰》(데즈카 오사무 그림,박정오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1)이 있습니다. 이 만화책을 찬찬히 새겨읽은 분이 얼마나 있을는지 모릅니다. 아이한테 이 만화책을 사 주는 어버이가 있을는지 모르고, 이 만화책을 제대로 즐기는 어린이나 어른이 얼마쯤 있을지 또한 모릅니다. 1951년부터 그렸다는 만화 《우주소년 아톰》이니, 우리로 보자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나온 로봇만화입니다. 옆에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일본에서는 ‘뭐 저놈들은 1950년대에 2000년대 공상과학만화 따위나 그리며 키득키득거린담?’ 하고 여길 만한지 모르지만, 데즈카 오사무 님은 일본이 전쟁미치광이 짓을 하던 때에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억지로 일을 해야 하면서도 틈틈이 땡땡이를 치며 만화를 그렸습니다. 꿈도 삶도 평화도 사랑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이 메마르며 팍팍하고 슬픈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당신 스스로 꿈과 삶과 평화와 사랑과 사람과 모두를 보듬으면서 아끼고픈 마음으로 만화를 그렸습니다. 《우주소년 아톰》은 바로 이 모두를 풀어서 보여주는 따스한 열매입니다. 일본사람이 《우주소년 아톰》을 그토록 사랑할밖에 없던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아무도 사랑을 말하지 않던 때에 배를 곯으며 사랑 담는 만화를 그렸고, 누구도 평화를 외치지 못하던 때에 가난에 찌들면서 평화를 외치는 만화를 그렸어요.

 지난겨울에 나온 《텃밭 속에 약초》(김형찬 씀,그물코 펴냄,2010)를 진작 장만했지만 아직 한 쪽조차 못 펼쳤습니다. 겨우내 읽었으면 곧 맞이할 봄에 온 들과 멧자락에 돋을 봄나물을 둘러보며 우리 멧골집 둘레 좋은 풀을 사귈 수 있을 텐데, 집살림하고 아이돌보기 하면서 좀처럼 이 책을 펼칠 짬을 못 냅니다. 그러나, 이렇게 책상맡에 얌전히 모셔 놓았으니 언제라도 읽을 수 있겠지요.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하고 함께 즐길 책을 찾아서 읽고 같이 보듬습니다. 아이를 낳은 옆지기하고 나란히 살아가기에 옆지기하고 서로 즐길 책을 장만해서 읽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웁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대로 일하고 놀며 책을 읽습니다. 삶에 따라 책을 느끼고, 삶을 일구는 결대로 책을 사랑합니다. (4344.2.11.쇠.ㅎㄲㅅㄱ)


《티베트 의학의 지혜》(다이쿠바라 야타로 씀,박영 옮김,여강 펴냄,1991)
《아기가 온다》(실러 키칭거 씀,강영숙 옮김,하늘출판사 펴냄,1995)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스테파니 케이브 씀,차혜경 옮김,바람 펴냄,2007)
《우주소년 아톰 1∼23》(데즈카 오사무 그림,박정오 옮김,학산문화사 펴냄,2001)
《텃밭 속에 약초》(김형찬 씀,그물코 펴냄,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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