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는 책읽기


 어떤 책이든, 읽으면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도움을 받지는 않아요. 눈을 뜨고 가슴을 열며 손을 잡아야 비로소 책읽기로 도움을 받습니다.

 어떤 책이든, 읽는다고 도움을 받지 않아요.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도움을 받거나 못 받거나 무턱대고 책을 읽어요. 눈을 안 뜨고 가슴을 안 열며 손을 안 잡는 채로 책을 마주하면서 지식만 자꾸자꾸 쌓고 말아요.

 내가 더 잘하지 못하는 줄 깨닫기에 책을 읽습니다. 내가 더 잘하기를 바라며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내가 잘못 헤아리거나 아예 살피지조차 못하며 사는 줄 알기에 책을 읽습니다. 내 생각을 더 다부지게 붙잡거나 내 마음을 더 굳세게 뿌리내리기를 꾀하며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책을 읽는 마음은 삶을 읽는 마음이고, 삶을 읽는 마음이란 사랑을 읽는 마음이며, 사랑을 읽는 마음은 사람을 읽는 마음이요, 사람을 읽는 마음은 목숨을 읽는 마음입니다. 내 삶이 어떠한가를 돌아보도록 돕는 책읽기입니다. 잘난 내 삶이냐 못난 내 삶이냐를 따지려고 읽는 책이 아닙니다. 내 삶을 꾸밈없이 바라보도록 이끄는 책읽기입니다. 옳게 느껴 옳게 사랑하는 길을 찾는 책읽기입니다. 삶도 사랑도 사람도 가르치지 않으나, 삶도 사랑도 사람도 모두 내 가슴속에 조그마한 씨앗으로 옹크리며 기다리니까 이를 스스로 깨달으라 하는 책읽기입니다.

 내 가슴속 조그마한 씨앗을 깨달을 수 있으면, 내 이웃 가슴속 조그마한 씨앗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내 이웃 가슴속 조그마한 씨앗을 깨달을 때에, 살가운 책씨란 멀디먼 도서관 숱하디숱한 책더미가 아니라, 교보문고 영풍문고 어마어마한 책바다가 아니라, 바로 내 살붙이들 꾸덕살과 발바닥과 주름살에 깃들며 조용조용 빛나는 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한테서 먼저 보아야 내 이웃과 동무한테서 함께 봅니다. 나한테서 보지 못하는데 내 이웃이든 동무이든 살붙이든 어떤 책씨를 품에 모시거나 섬기는지를 읽을 수 없습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그저 쥐어들어 훑는다 해서 ‘읽기’이든 ‘책읽기’이든 되지 않습니다. 책읽기란 지식쌓기가 아닙니다. 책읽기는 지식나눔이 아닙니다. 책읽기는 지식자랑이 아닙니다. 책읽기는 지식소개가 아닙니다. 책읽기는 오로지 하나, 삶읽기입니다. 삶을 읽도록 도와주는 책읽기입니다. (4344.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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