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쓸기 책읽기


 언제쯤 겨울 날씨 풀려 우리 집 얼어붙은 물이 녹을까 하고 기다립니다. 참말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오늘은 풀릴까 이듬날은 풀릴까 손가락 빨면서 기다립니다. 오늘 아침, 하늘은 찌뿌둥합니다. 이 찌뿌둥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자니, 그래, 또 눈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참말 눈은 솔솔 내립니다. 쌓인 눈이 어느 만큼 녹을 즈음 새로운 눈이 곱다시 내립니다.

 겨울눈은 곱습니다. 자동차 복작대지 않는 멧골자락 겨울눈은 아주 곱습니다. 들짐승이나 멧짐승은 눈을 훑어먹습니다. 겨울에는 멧골자락에서 물을 마실 수 없지만, 들짐승이나 멧짐승은 눈을 훑어먹으면 됩니다.

 문득, 오늘 우리 터전 거의 모두를 차지한다는 도시를 떠올립니다. 도시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눈을 훑어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깃을 들인 비둘기나 까치나 참새는 눈을 훑어먹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동차 다니기 좋도록 화학방정식 소금을 잔뜩 뿌려 놓았어도 이렇게 녹은 끔찍한 눈물을 마셔야 합니다.

 겨울날, 시골집에서는 눈을 쓸어야 합니다. 손이 시리도록 눈을 쓸고 거듭 쓸어야 합니다. 겨울날, 시골집에서는 바닥에 이불을 잔뜩 깔아 놓고 손을 녹이며 책을 읽습니다. 겨울에는 딱히 논일 밭일 없으니까요. 겨울에는 겨울잠 자는 멧짐승마냥 사람도 따스한 아랫목을 찾아다니며 옹크리며 지냅니다. (4344.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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