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37 : 좋은 책을 읽기

 좋은 책 한 가지를 놓고 열 가지 다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좋은 책 한 가지를 읽은 느낌을 백 가지 다른 글빛을 살리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좋은 책 한 가지를 장만하여 받아들이기까지 어떤 마음이었는가를 즈믄 가지 꿈으로 삼아 고이 가슴에 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책 한 가지가 참으로 좋은 줄 알자면, 나 스스로 내 삶이 좋은 삶이어야 합니다. 내 삶이 좋은 삶이려면 나부터 내가 참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자면 내 말과 넋이 좋은 말과 좋은 넋이어야 합니다.

 좋은 말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넋이란 어떠할까요. 아마 즈믄 가지 좋은 말이 있을 테고, 즈믄 가지 좋은 넋이 있을 테지요. 서로 똑같은 좋은 말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늘 다르게 좋은 말이 있다고 느낍니다. 즈믄 사람한테는 즈믄 가지로 다른 좋은 말이며 좋은 넋이요 좋은 삶이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는 대학교가 137군데라나 더 되나 덜 되나 한답니다. 우리 둘레 대학교 백 몇 십 군데를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 다른 아름다운 배움터라기보다 성적표 점수에 따라 줄세우기를 하는 배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마다 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다 다른 삶을 저마다 다 다른 아름다움을 찾으며 누리고 나누려는 배움터로는 뿌리내리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좋은 말 좋은 넋 좋은 삶 좋은 사람인 가운데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랑을 나눕니다. 좋은 짝꿍을 만나 좋은 사랑을 하고 싶으면 차근차근 내 삶과 넋과 말을 좋은 쪽으로 꾸려야 합니다. 나부터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좋은 짝꿍만을 바랄 수 없습니다.

 나날이 좋은 날씨가 아닌 궂은 날씨인 까닭은 자연이 미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삶이 미쳤기 때문에 좋은 날씨가 아닌 궂은 날씨가 찾아듭니다. 다문 한 사람만 좋아서는 날씨가 좋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좋은 사람으로 좋은 삶을 일굴 때라야 비로소 좋은 날씨입니다.

 만화책 《유리가면》은 1976년에 1권이 나왔고 2010년 8월에 일본에서 45권이 나옵니다. 2010년 9월까지 45권 한글판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곧 한글판이 나오겠지요. 서른네 해 동안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한테는 애를 태우는 작품이라 할 테지만, 이 사랑스럽도록 좋은 만화를 그저 애를 태우며 볼 수는 없습니다. 그냥저냥 귓결로 들은 얘기로 읽는다든지 시간죽이기를 하며 읽는다든지 한다면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에 서린 멋이나 맛을 내 멋이나 맛으로 삭일 수 없어요. 섣불리 집어들 《유리가면》이어서는 안 됩니다. 둘레에서 첫손가락으로 꼽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든다 하여도 나 스스로 내 삶이 좋은 길을 접어들며 좋은 꿈을 찾아나서는 매무새가 되기 앞서까지는 함부로 장만하지 말아야 할 《유리가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여도 나 스스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는데, 무슨 좋은 열매를 받아먹으며 좋은 손길을 좋은 이웃을 느끼어 뻗을 수 있을는지요. ‘명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은 아주 많은 사람이 본 작품이 아니랍니다. (4343.9.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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